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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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습관

  • 작성자이기훈  연구원
  • 소속우정경영연구소
  • 등록일 2007.08.28

나만의 공간이 아닌 곳에 글을 쓰기란 퍽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독서와 사유의 시간이 부족하여 생각을 남들과 나누기에 많이 모자란 저에게는 이 글을 통하여 흠이나 잡히지 않을까하는 걱정부터 앞서게 됩니다.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고서부터, 또 일이 손에 조금씩 익어가면서부터 제 삶은 많이 단조로워진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의 교류도 조금씩 줄어가고 연구원, 성당, 집만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주변 동료들은 저의 이런 삶을 가끔 희화화할 때도 있습니다.

서두를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제가 쓰게 될 글의 주제가 특별한 것이 아닌, 제 삶속에서 일어난 감사의 순간들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당함을 확보하기 위한 이유일 것입니다.

제 생애 최고의 감사는 어머니의 병과 관련이 있습니다. 제 어머니는 제가 대학교 1학년이던 때에 유방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비록 초기에 자가진단을 통해서 종양을 발견하시게 되어 발견 시기가 늦은 환자들에 비해서 큰 복을 받으신 것은 분명하지만, 암이라는 진단 자체만으로도 어머니는 생사의 순간을 정신적으로 넘나드셨고, 근검절약하시며 살아왔던 생에 대한 무상함도 깨달으셨으며, 여성으로서의 정체성도 크게 손상을 입으셨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 이뤄졌지만 그 이후에도 항암 치료로 인해 몸이 많이 힘드셨고, 그 보다도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 기간 지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말기 암 진단을 받아 힘들어하고 있는 친구 어머니를 보고 있으면, 먼저 그 가족 모두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은 물론이지만 한편으로 저희 가족은 복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어머니의 병과 그 치료 과정이 가족들에게 남긴 경제적, 정신적 손해도 있겠지만 되찾은 건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제가 가장 감사해야할 내용입니다.

두 번째로 소개할 사연은 최근에 경험한 우연한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생 시절에 교통사고를 당한 일이 있습니다. 승용차의 운전석 뒤에 바짝 붙어서 아버지가 운전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앞 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충돌하게 된 것입니다. 안경을 착용하고 있던 저는 운전석에 강하게 얼굴을 들이 받았고, 안경 유리가 깨지면서 얼굴이 조금 찢기고 수술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안구에는 유리가 박히지 않았고, 눈 아래 부위에 몇 바늘 꿰매고 말았는데 최근에 당시 그 사고 현장을 버스를 타고 다시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문득 예전의 교통사고가 떠오르면서 ‘그 땐 참 다행이었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제가 타고 있던 버스가 급정거하는 것입니다. 급정거의 이유는 주행 신호가 떨어졌는데도(파란불인데도) 버스 앞에서 달리던 자동차가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멈춰버렸기 때문인데 다행히 저는 좌석에 앉아있던 터라 앞좌석과 약간의 충돌이 있었을 뿐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선 채로 손잡이에 의지하고 있던 일부 손님은 아예 버스 안에서 나뒹굴고 기둥에 머리를 부딪치는 일까지 생겨서 근처 정형외과 진찰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15년이 지난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유사한 사고를 경험했다는 것이 신기했으며, 다행히 이번에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위에 소개한 두 가지 사연은 제 삶에 있어 비교적 굵직한 사건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자신의 삶에 예민해진다면 감사할 수 있는 일들은 하루에도 십수 가지가 있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집에서 나왔는데 버스가 바로 도착해서 지각을 모면했다든지, 우산도 없이 길을 나섰는데 내가 목적지에 도착해 실내에 들어가자 그 때부터 비가 내린다든지, 오늘따라 유난히 삼겹살이 먹고 싶었는데 직장 상사가 삽겹살 먹으러 가자고 한다든지, 사지가 성하지 않은 장애우 앞에서 두 다리로 멀쩡하게 걷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라든지 하는 일들입니다.

한 신부님께서 쓰신 ‘무지개 원리’라는 책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7가지의 원리들에 대해서 풍부한 사례와 인용을 통해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요, 제가 오늘 했던 감사와 관련된 이야기도 이 책의 한 챕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하루에도 수십 가지씩 발생하는 감사의 내용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며, 이러한 감사를 찾아낼 수 있는 역량 배양과 관련하여 감사노트를 적을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저도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 생의 이유 등과 관련하여 행복이라는 개념에 대해 최근에서야 조금씩 눈을 뜨고 있는데요, 이러한 행복을 위해 가끔씩 감사노트를 일기 대신 쓰고 있습니다.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혹은 하루의 일을 정리하면서, 제 미니홈피에 간단하게 그 내용을 메모해 두는 것인데 후일 읽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그 날은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감사를 드렸구나!’라고 생각하면서요. 게다가 이러한 습관은 무표정으로 드리워진 제 얼굴도 언젠가는 환한 미소로 바꿔줄 거라고 믿습니다. 누가 봐도 행복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말이죠. 여러분도 행복해 지고 싶지 않으세요? 자, 그럼 경쟁적으로 일하는 것을 잠깐 접어두시고, 지금부터 무엇에 대해 감사할지를 경쟁적으로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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