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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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리고 어디로든 문

  • 작성자김태현  연구원
  • 소속방송통신정책연구실
  • 등록일 2009.01.20

연구원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컴퓨터를 켠다. 그리고 메일함과 함께 인터넷브라우저를 연다. 그러면 처음페이지로 정해진 화면이 펼쳐진다. 연구원 홈페이지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상당히 드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뉴스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들의 첫 페이지는 80% 이상 인터넷 포털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침식사와 세면 등 소소한 일상생활을 제하고 나면, 일단 본격적인 생활의 시작이 ‘포털과 함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포털은 일반적으로 건물이나 성채 등에 들어가는 입구, 혹은 관문을 지칭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두 개의 떨어진 공간을 연결해주는 마술의 문, 혹은 기술적인 환상의 문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포털이 수많은 정보의 집합소로서, 무엇인가 우리의 물음에 대해 어떤 정보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서 알려준다는 점에서, 나는 후자의 의미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움직이는 성의 현관문은 문 옆에 달린 원판의 색에 따라 다른 공간에서의 문이 된다. 문 밖은 비 오는 우중충한 황야이자, 화창한 부둣가, 평화롭고 한적한 산들바람 부는 꽃밭이기도 하다. 성 안에 있는 주인공들은 그대로이지만 그들이 문을 통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은 다양하다. 컴퓨터 앞에 있는 이용자들은 그대로이지만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 공간이 다양한 것처럼 말이다.

포털과 관련해서 또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요즘 케이블TV에서 방영해주고 있는 ‘도라에몽'(과거에는 ‘동짜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이다. 여기에 나오는 ‘어디로든 문'은 주인공이 생각하는 곳이면 문을 통해 어디로든지 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도서관이나 학교, 친구집 등 생각하는 그 곳에 차원을 연결하는 문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애니메이션의 공간 이동에서 주목되는 점은 바로 선택된 외부 공간의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평화로운 꽃밭에서 데이트를 즐길 수도 있겠지만 다른 문 뒤에서는 전쟁의 비극적 상황이 재현되기도 하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불가항력적으로 이러한 상황들을 체험하게 된다.

이미 예고되어 있던 상황이지만 최근 인터넷 첫 페이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포털 1위 사업자가 첫 페이지를 개편하면서 개개인이 뉴스를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개편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움직이는 성에서 나갈 수 있는 검은색, 혹은 붉은색 문을 이용자 스스로 없애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면에서 아쉬운 면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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