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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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마술, 통계

  • 작성자정용찬  책임연구원
  • 소속동향분석실
  • 등록일 2009.01.12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표현될 정도의 심각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0년 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기업의 투자가 줄고 고용 감소가 예상 되고 가계 소비도 위축되는 상황이다. 미디어 산업도 이러한 곤란함에서 예외는 아니다. 광고에 의존하는 지상파방송의 경우 지난해 광고매출이 10% 가량 감소하였고 올해 광고매출 감소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수출에서 효자 노릇을 해온 IT제품 수출도 작년 하반기 이후 증가율이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도 희망은 있는 법이다. 가령 경기가 침체되면 외식과 같은 집 밖에서의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에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어 오히려 TV 시청과 같은 미디어 소비가 촉진되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난세에 영웅이 나고 불황에 거상이 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위기가 오면 기회가 저절로 굴러온다는 뜻이 아니라 어려울 때 일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군살을 빼고 기본에 충실하다 보면 반드시 기회는 오는 법이란 이야기일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이러한 기초 중의 하나가 ‘통계’다.

영유아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기업은 통계청의 ‘인구동태조사’통계를 분석한 결과, 저출산 현상에 주목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소비자의 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위기로 보지 않고 오히려 외둥이 자녀에게 정성을 쏟는 부모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여 고급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고품질 젖병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3년 만에 매출액이 10배 정도 급증하는 효자 상품이 되었다.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통계는 필수적이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국의 경우 분기별 보급률조사를 통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성공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통계와 지식, 정책을 위한 세계포럼(World Forum on Statistics, Knowledge and Policy)’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정도로 통계에 기초한 정책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정보의 생산은 고속도로 건설이나 인터넷 망 구축과 같은 인프라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미리 계획하고 생산하지 않으면 적기에 사용하기 어렵다. 특히 미디어 분야의 경우 디지털 전환, 새로운 미디어의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측정 등 정책의 성패가 통계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례로 2012년 말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를 앞둔 현재 시점에서 군 단위 이하 농촌지역의 디지털 TV의 보급률이나 차상위 계층의 규모와 미디어 환경에 대한 실태 파악은 디지털 전환정책의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시청률’과 같은 민간에서 생산하고 있는 통계의 신뢰도 측정도 매우 중요하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법 시행령에서는 콘텐츠 동등접근의 기준으로 ‘시청률’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의 방송광고독점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광고시장에 민영미디어렙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때 시청률은 광고 단가를 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민간 조사회사 2개사가 서로 다른 시청률을 생산하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정책 결정의 표준이 될 시청률을 어떻게 계산할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필요한 통계의 생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는 통계의 생산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규모를 둘러싸고 ‘낡은 통계, 주먹구구’와 같은 낯익은 표현이 등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믿을 수 있는 통계의 생산을 위해서는 구성원의 합의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통계는 통계소비자가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사용자제작콘텐츠(UCC, User Created Contents)다. 통계생산과정에서 제대로 된 응답을 하지 않으면 부실통계가 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통계소비자인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황금알을 낳는 숫자, 통계.’ 몇 해 전 봄 공영방송사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통계를 이용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 외국의 사례를 통해 이 프로그램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통계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는가는, 즉 믿을 수 있는 통계를 만들 수 있는가의 여부는 그 사회가 통계 생산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는가에 달려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이다.
IPTV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유무선 통신사 간의 합병이 예정된 2009년은 미디어분야에서 빅뱅이라고 일컬어지는 혁명과도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미디어 산업의 추이를 분석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읽기 위한 통계정보가 필수적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회구성원간의 신뢰 형성의 기반인 통계 정보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 통계에 기반한 지식은 온갖 악재로 가득한 판도라 상자 안에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의 메시지가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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