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여든이 다 되신 할아버지와 그의 오랜 파트너인 일소와의 일상을 그린 「워낭소리」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소처럼 일하는 할아버지와 그의 생계를 위해 할아버지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일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일소는 할아버지를 위해 늙고 지친 몸을 이끌어 밭을 갈고, 수레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짐까지 실어 나른다. 이런 광경은 마치 농경시대의 한 장면 같다.
할아버지는 농사를 위해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으며, 이동을 위해서도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기계를 싫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할아버지의 삶과 그의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오랜 세월을 함께한 일소에 대한 애틋함과 친숙함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숲에 들어가면 나무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며 필자는 의아한 생각을 했다. 농사를 위해 농기계마저 사용하지 않는 할아버지의 집에는 전화가 있다. 영화 중반부쯤 어린 소를 팔기 위해 할머니가 소장사에게 전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영화 속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라디오 이외에 기계를 사용하는 유일한 장면인 듯 보인다. 그 장면에서 전화가 없었더라면, 소는 늙은 몸을 이끌고 어린소를 수레에 태워 소시장이 있는 도시까지 가야만 했을 것이다.
관객들은 소가 밭을 갈고 수레를 끄는 장면을 보며 신기해하지만, 전화를 사용하는 그 장면을 보며 의아해 하지 않는다. 누구도 전화가 기계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며, 어떻게 저런 시골에 전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전화는 어느새 전기와 같이, 우리생활에서 필수품이 되었다. 농사를 짓는데 필수품이 된 농기계보다도 일상생활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유선전화는 이동전화와 인터넷전화 등 새로운 통신서비스에 밀려 필수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골과 산간벽지 등 경제적으로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시내전화는 보편적서비스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현재 보편적서비스 제공사업자로 지정된 KT가 전화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손실을 KT를 포함한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매출액을 기준으로 분담하고 있다. 하지만, 보편적서비스에 관심을 가지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이러한 사실을 궁금해 하고 있지 않다.
영화 속 일소처럼 할아버지의 오랜 파트너가 되진 못했지만, 전화는 할아버지의 최소한의 일상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결합판매 활성화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보편적서비스인 시내전화의 손실보전금이 증가할 수 있기에 정부는 최근 보편적서비스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였다. 할아버지의 삶에서 소의 소중함을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삶의 오랜 파트너가 되게 해준 전화의 소중함과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관계자들과 기업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