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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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여왕의 우승과 영광을 보면서...

  • 작성자최선희  주임연구원
  • 소속미래융합전략연구실
  • 등록일 2009.02.16

최근 김연아 선수가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 4대륙 피겨선수권 대회에서 여자 싱글 1위를 차지했다. 4,700만 명 인구의 대한민국은 경기 결과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갖고 미디어는 이를 집중 조명하였다. 글로벌 경기침체 현상과 함께 김연아 선수가 끌어낸 성적은 높은 국민적 관심만큼이나 국민적 희망을 주는 분위기 메이커로서 톡톡히 해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연아 선수가 또 치러야 할 세계선수권대회 역시 그 성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언론은 연일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했던 점프를 분석하며, 김연아 선수의 약점과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뉴스 보도에서는 심지어 김연아 선수가 실수했던 점프인 ‘트리플 루프’와 성공적인 점프인 ‘더블 악셀’을 비교 보도하면서, 더블 악셀을 뛰는 것이 기본 점수는 낮지만, 훨씬 안정적인 점수 획득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제공하였다. 이 뉴스 내용을 접하면서 다소 당황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최근 미디어의 다양한 활용과 접근성으로 인해 스포츠의 면면이 자세히 소개되기도 하고 그 정보도 많긴 하지만, 김연아 선수로 인해 피겨 종목이 각광을 받게 되자 전국민이 9시 뉴스를 통해 트리플 루프와 더블 악셀을 교육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구나 보도는 실수가 잦은 트리플 루프보다는 더블 악셀을 뛰는 경우가 점수가 더 좋았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여주었다. 그런데 그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기술의 속성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준다기 보다는 다음 번엔 더 점수 잘 받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미리 방향을 정해주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김연아 선수의 우승은 무엇보다 기쁘고 즐거운 소식일 것이다. 전략적으로 무엇을 택하고 결정하는 지에 따라 결과도 사뭇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성적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선수는 더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김연아 선수가 다음 경기에서 트리플 루프를 뛰지 않고 더블 악셀을 뜀으로써 승산있는 경기를 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간혹 우리는 경험한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그동안 흥행이 저조했던 축구가 많은 관심을 모아 ‘오프사이드’와 같은 경기규칙도 전국민이 알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번 4대륙 피겨선수권 대회를 통해 트리플 루프가 뭔지, 더블 악셀이 뭔지 알게 되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선수들이 피땀 흘려 우승을 할 때마다 룰과 기술에 대한 소개도 같이 홍보되면서 흥미도 더해갔다. 그런데 우리는 스포츠가 보여주는 피나는 연습과정, 도전 정신 등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승리의 짜릿함에 심취해 있는 건 아닐까? 이러한 현실이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우리 스스로도 협소한 시각에 매몰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우리는 매 순간 노력을 통해 목표를 정하고, 결실을 얻는다. 그것은 평범한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학업, 직장 모두에서 행해진다. 우리가 수행하는 연구도 그렇다. 연구의 목적을 정하고 특정한 연구노력을 통해 결과물을 얻는다. 그렇지만 결과물에 대한 반응과 관심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연구는 결과가 알려지자마자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하지만, 또 어떤 연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나중에 관심을 받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한정된 자원에서 가장 시의성 있고 수요가 많은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당장은 그 쓰임이 적어보여도 그 연구의 결과들이 축적되어 새로운 연구주제를 도출하거나,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꾸준한 노력의 과정이 없이 결과가 존재할 수 없고, 의미있는 결과가 없이는 과정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그 누구도 과정과 결과, 둘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선뜻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연구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결과만을 우선시하지 않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일상 중에 아주 작은 부분부터 변화의 바람은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가 경기에 패배한 선수들에게조차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며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것처럼 이미 우리 사회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호소력 있는 눈빛과 무르익은 연기를 위해 그동안 피나는 노력을 해왔던 김연아 선수에게 1등이라는 강요와 함께 트리플 루프와 더브 악셀을 불가피하게 선택하게 만드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그렇게 우리의 아량과 여유를 내보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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