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통신요금, 특히 이동전화요금에 대한 논란과 높은 가계 통신비 부담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 특히 각종 선거 무렵에는 이와 관련한 논란이 더욱 불거지는 경향이 있는데, 요금이나 가계통신비 이슈가 그만큼 유권자들의 표심을 끄는데 있어서 매우 매력적인 아젠다임을 대변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슈이지만 막상 그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선거공약이나 관련 규제당국의 요금 및 가계 통신비에 대한 정책에서의 논조는 거의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데, 통신요금은 낮추겠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서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통신요금을 인하하면 통신비 지출이 자동적으로 감소하는가, 만약에 통신요금의 인하가 반드시 가계 통신비의 절감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면 통신요금을 잡는 것이 중요한가, 가계 통신비를 낮추는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 통신요금의 인하가 나타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만약에 다른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통신요금의 인하가 나타났다고 가정하자. 통신요금인하 이후에도 특정 가구가 기존의 통신서비스 및 여타 소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통신비 지출은 감소하며 여타 소비에 대한 지출은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다. 이때 통신비 지출의 감소분만큼 금전적인 절감효과가 나타나고 이를 저축 등에 활용할 수도 있으므로 해당 가구의 후생은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통신요금 인하에 대응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통신서비스 이용을 늘릴 수도 있으며 실질소득의 증가에 따라 통신서비스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도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통신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면, 그리고 그것이 요금인하 효과를 상쇄한다면 통신비 지출은 도리어 늘어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이 종전의 이용량을 그대로 유지하여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옵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량을 늘려서 지출을 늘린 것으로 이것은 효용 극대화의 결과이며 소비자들의 선택이다. 즉, 통신요금의 인하로 지출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으며 그것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요금의 인하는 소비자들에게 “기회”의 확대를 의미하며 통신비 지출의 변화는 이용자들의 대응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책변수로서의 통제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아도 요금이 가계 통신비보다는 우위에 놓여 있다. 통신비를 정책변수로 삼는다는 것은 “요금”뿐만 아니라 이에 반응하는 “이용량” 혹은 “이용행태”까지도 고려해야한다는 것으로 규제당국이 이를 모두 통제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통신비 부담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논의는 요금의 인하에 따른 통신비의 증가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이며 통신비 지출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통신비 지출은 필수적인 지출로서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는데, 2007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10% 가구의 경우 소득대비 통신비 비중이 9.5%에 달하는 반면에 소득 최상위 10% 가구의 경우 그 비중이 1.9%에 불과하다. 최근에 저소득층에 대한 이동전화 요금감면이 확대 실시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의 발로인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다만 요금감면이 확실히만 이루어진다면 그 이후에 저소득층의 통신비 지출에 큰 변화가 없거나 만에 하나 증가하는 이상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크게 당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통신요금이 이용자의 후생을 변화시키는데 있어서 통신비보다 적절한 정책변수라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통신요금의 인하도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며 그 정도를 계량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진 요금제에 가입자들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의 요금의 인하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가 분명치 않은 경우가 많다. 과거와 같이 기본료, 통화료 등의 구분이 명확하고 그 항목이 몇 가지가 되지 않던 시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본료가 인하된다고 하더라도 각종 요금제에 묶여 있는 가입자들에게 그 효과가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요금의 인하 노력과는 별도로 요금제의 내용이나 구조와 그 선택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의 요금제 선택은 대체로 단말기 구입 시에 단말기 판매점이나 통신사의 추천 등에 의존한다. 그런데 통신사업자들의 마케팅에서는 항상 할인 부분이 강조되기 마련이며 추가비용은 조그마한 글씨로 적혀있게 마련이다. 커플요금제를 판매하는 통신사업자의 요금전략이 커플들에게 가장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리라고 보는 것은 매우 소박한 기대이다. 통신사업자들의 요금전략 부서는 태생적으로 최대의 수익을 추구하게 되어 있으며 이용자들에게 최대의 할인을 제공하고자 할 유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용자들을 돕기 위한 한 가지 방편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용자들이 실제로 자신의 이용패턴에 적합한 요금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것이다. 이미 최적요금제을 검색하여 찾아 주는 사이트가 존재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이용패턴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망내통화, 타사 이동전화에 건 통화, 집전화에 건 통화 등에 대한 이용량 및 이용패턴에 대한 상세정보가 고지서에 기본적으로 포함된다면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적절한 요금제를 찾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유용하리라 생각되며 이러한 상세정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최적 요금비교방법도 진화시켜서 그 성과를 높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인 요금제의 선택을 통해서 지출을 줄이는 방안은 결합서비스의 촉진, 신규사업자의 진입이나 도매제도를 통한 경쟁활성화 등을 통한 요금의 인하라는 큰 틀의 마련과 별도로 시도해 볼 만한 방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