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후, 창밖의 햇빛이 따뜻한 탓에 나른하고 살짝은 졸린 오후 2시에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보내는 걸까?’ 얼핏 샘해 봐도 8시간 이상을 컴퓨터와 보내는 것 같습니다. 이에 비해 누군가의 얼굴을 보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2시간도 채 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지면서 어느새 사람과 나누던 시간들을 기기들과 보내고 있었습니다. 출근 후 가장 먼저 컴퓨터를 켜고, 친구들과의 수다는 짤막한 문자 메시지로 대신하고, 퇴근 후에는 T.V.와 함께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분명 사람을 위한 기술인데, 그 기술들 안에 있는 우리의 주위에는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디지털화, 스마트화 모두 더 좋은 세상을 위한, 더 편리한 세상을 위한 기술일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는 분명 예전보다 더 좋은 세상에서 더 편리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예전보다 더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친구들과 함께 깔깔대며 나누었던 수다보다 컴퓨터 채팅이 더 즐겁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술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술이 우리에게 외로움을 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사람들 안에 있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몇 주 전 같은 실 사람들과 청계산으로 단풍 구경을 간 적이 있습니다. 빨갛게 물든 단풍을 보며 느끼는 아름다움을 옆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어떤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끼는 마음을 함께 나눠줄 수는 없습니다.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아름다움과 기쁨과 슬픔과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의 교류 속에서만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을 때의 따스함을 최신형 스마트폰이 대신할 수 없는 것처럼, 청계산 단풍의 아름다움을 3DTV가 대신할 수는 없는 것처럼 기기가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기술 발전 방향이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기술을 위한 기술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