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유행했던 대중가요 제목을 꼽아보면 유독 관계에 대한 것들이 많다. ‘썸’, ‘연결고리#힙합’ 등의 히트곡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혹은 사람과 사회사이의 관계 등 관계에 대한 가사가 주를 이룬다. 관계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집착은 Facebook, 트위터와 같은 SNS의 등장으로 가속화 되었다. 실제로 알고 지내는 사람뿐만 아니라 만나본적이 한 번도 없는 타인과도 관계를 맺으며 본인의 사소한 일상을 나누는데 열중한다. 필자도 열외는 아니며 주로 맛집 및 여행기를 올려 대외적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SNS를 하다보면 종종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각각 다른 무리에서 알고 지낸 두 사람이 사실 굉장히 친한 관계이거나 나로 인해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이 친구가 되는 것 등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가 SNS 친구 추천 알고리즘인데, 내가 A라는 사람의 친구가 되면, A라는 사람의 친구인 B가 내 친구추천 리스트에 뜨는 식이다. B의 친구 추천 리스트에도 내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때 나와 B 모두를 알고 있고 이 둘을 연결해 주는 A라는 사람은 ‘Structural Hole’, 즉 구조적 구멍(공백)의 역할을 하게 된다.
구조적 구멍(공백)이란 시카고 대학의 Ronald S. Burt(1992)가 주창한 개념으로, Granovetter(1973)의 'the strength of weak ties'의 논의를 정교화 한 것이다. 'the strength of weak ties'를 한국말로 번역하면 약한 유대의 강함이라 할 수 있겠는데, 강한 유대를 가진 집단의 구성원들은 높은 응집력 때문에 유사한 정보만을 공유하여 정보 중복(redundant)이 높은 반면 약한 유대를 가진 집단의 구성원은 그들이 속한 또 다른 네트워크상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보다 풍부한 정보의 공유 및 확산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Ronald S. Burt는 서로 다른 집단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적 구성원은 교차적(cross-cutting), 매개적(briging) 역할을 수행하며 연결된 네트워크 안에서 가장 양질의 혹은 가장 시의적절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이론을 정리하였다. 이 때 집단과 집단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바로 그 자리가 ‘구조적 구멍(공백)’이 되며 구조적 구멍(공백)을 통해 연결되는 집단이 많을수록 그 값은 커지게 된다. 구조적 구멍(공백)의 위치에 있는 것이 좋은 것인지 혹은 나쁜 것인지 가치판단은 어렵지만 90년대 이후 수행된 다수의 연구 결과 구조적 구멍(공백) 위치에 갈수록 더 높은 임금을 받고 더 빠른 승진을 하는 등 결과가 좋다고 한다. ‘인맥’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가치관에 비추어 보았을 때는 제법 공신력 있는 연구 결과라고 생각한다.
‘구조적 구멍(공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나의 생각은 연구원 생활 이후 보다 확고해졌다. 올해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과제를 진행하며 자료를 얻기 위해 몇 단계의 ‘구조적 구멍(공백)’을 통했는지 감히 나는 상상할 수도 없다. 비단 그 자료가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자료라서가 아니다. 협조가 번거로워서 혹은 해 줄 이유가 없어서 전달되지 않던 자료가 ‘구조적 구멍(공백)’을 통해 오고 갔다. 이런 자료를 모아 구조화 시키다 문득, 나에게 이 자료가 오기 까지 얼마나 많은 전화통화와 메일들, 혹은 만남이 이루어졌을까 생각하면 절로 겸허해 진다. 그리고 연구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구조적 구멍(공백)’의 역할을 수행해 주신 분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양질의 정보를 생산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내가 ‘구조적 구멍(공백)’의 역할을 수행하는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작은 인간관계라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천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언젠가 우리 중 누군가를 ‘구조적 구멍(공백)’의 자리에 위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