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에 일본이 로봇 내니(robot nanny), 즉 로봇 육아 도우미 확산을 중요한 경제 전략으로 삼는 내용의 팟캐스트를 들은 바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로봇이 경제 전략이라고 할 때, 로봇 산업을 육성하여 성장률을 높이자는 접근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일본 정부는 다름 아닌 여성 경제활동 장려를 위해 로봇을 심각하게 정책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여성에게 경력단절을 강요하는 사회문화적 특성 때문에, 엄청난 인적자원을 낭비하고 결국에는 잠재성장률을 저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더군다나 이런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형성된 관료제적 복지는 그만큼 직장 여성에게 접근성이나 실효성이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현 정권은 어린이집을 증설하겠다고 하고는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일본은 꽤 오랜 기간 로봇을 중요한 해결수단으로 진지하게 생각해오고 있던 셈이다.
이러한 일본의 접근방식은 치료목적을 위한 귀여운 물개모양의 로봇 파로(Paro)를 이미 2001년에 공개하고 2004년에 상업화했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에서 페퍼(Pepper)라는 가정용 로봇도 발표했을 정도다. 물론 나의 아기를 로봇에게 맡기겠느냐고 엄마들에게 물어볼 때,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일본이 갖고 있는 폐쇄적 사회의 단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다. 일본은 이주노동자에 관대하지 않은 편이다. 내가 들었던 팟캐스트 진행자는 일본이 흥행비자를 통해 외국 여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사회적 수요가 높을 보살핌 노동을 제공할 의사가 있는 외국 여성에게는 문호를 닫고 있음을 지적했다. 흥행비자를 통해 입국한 외국여성이 일본에서 많은 경우 클럽의 댄서나 접대부를 거쳐 성매매 여성이 되는 현실 지적과 함께.
미국과 비교해보자. 평일 낮에 뉴욕시의 공원을 보면 히스패닉 혹은 중국계의 보모가 아기를 데리고 돌보는 풍경이 흔하게 발견된다. 이민자들이 계속 유입하면서 저임금으로 보육을 비롯한 가사 서비스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설령 일본의 부모가 자기 아기를 돌볼 로봇 도우미를 쓰고 싶어질 정도로 기술이 지금 발전해있는 상태이더라도, 과연 미국의 부모가 로봇을 선택할 유인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필자는 일본의 로봇 내니가 기술이 갖는 사회경제적 맥락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한다. 집안일은 온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서 일본은 노동유입을 차단함으로써 보살핌 노동 비용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많은 여성이 교육수준과 무관하게 결혼을 하면 경력을 중도에 포기하고 전업 주부가 되거나, 출산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은 로봇 기술을 이미 노인 보살핌에 활용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수준이 높고, 이는 그만큼 로봇을 대중화시킬만한 능력을 시사한다. 즉 낮은 비용으로 보살핌이나 다른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로봇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외국인에게 가사서비스 노동시장 문호를 여는 대신, 로봇으로 자급자족하자는 길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에 미국은 사회적 논란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외국인의 이주에 개방적이다. 그리고 이주여성들은 청소부터 보살핌 등 별도의 학력이 요구되지 않는 서비스 노동을 제공할 수 있었다. 계속되는 이주민의 유입은 자연스레 이주여성이 제공하는 서비스 노동의 비용을 낮게 유지해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미국 여성들은 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아이를 맡기고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아이는 사람의 손에서 키워야 한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일텐데, 현재 미국의 부모라면 차라리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남’을 쓰지 굳이 로봇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미국은 이와 별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긴 하다.
이렇듯 어떤 기술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 맥락을 거친다. 문화, 사회적 규범, 통념, 때로는 정부의 규제 속에서 특정 기술은 선택받거나 폐기된다. 물론 여기에 경제적 유인이라는 강력한 동인이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디지털 혁명에 의해 컴퓨터와 기계는 전례 없는 범위와 수준에서 인간의 일을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때 구체적인 결과는 생각보다 나라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고, 한국 사람만 좋아하는 한국형 로봇이라는 게 따로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