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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이건주

描鼠同處(묘서동처)

  • 작성자이건주  실장
  • 소속감사실
  • 등록일 2022.01.26

묘서동처는 지난해 세밑 전국 대학교수들의 설문결과 3명중 1명(약 29.2%)이 선택한 2021년을 함축한 사자성어로 중국 후진 때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와 이를 북송 때 수정한 신당서에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먹는다”는 描鼠同乳(묘서동유)라는 말과 함께 나온다. 보통 쥐는 굴을 파고 들어와 곡식을 훔쳐 먹고, 고양이는 쥐를 잡는데 이렇게 사이가 원수이면서도 위아래 벼슬아치들이 부정결탁 하여 나쁜 짓을 함께 저지르는 것을 지적한 말이라고 한다. 필자는 긍정을 넘어 낙천주의자라서 묘서동처를 吳越同舟(오월동주, 서로 미워하면서도 공통의 어려움이나 이해에 대해서는 협력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여, 어려울 때는 원수와도 손을 잡고 곤경을 헤쳐나가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인 것이라고 자평해본다.

흑범의 기상을 뽐내며 2022년을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소한, 대한을 지나 입춘이 가까이 와 있다. 지난 주말 자택 인근에 있는 산책로를 걸을 때 벚나무와 영산홍의 새싹이 움트는 것을 보고 순간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되었던 적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다사다난하게 시작하고 코로나라는 무서운 역병(?)이 창궐하여 전 세계가 혼돈에 빠져있지만, 자연의 흐름은 인간의 질서를 무시하고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2022년도 수 많은 일들이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껏 잘 해온 것처럼 順應(순응)과 對應(대응)의 시소게임을 즐길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 검은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밀려오는 고난과 역경을 지혜롭게 헤쳐나가길 고대해 보면서 壬寅年(임인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照顧脚下(조고각하). 조고각하는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살피라는 뜻으로 자기가 서 있는, 지금 자기의 현실을 살피고 생각하면서 행동하라는 말이다. 2022년도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와 사건들이 우리를 향해 돌진할 것이다. 두려워하지도 말고 두 눈을 똑바로 뜨면서 그들을 맞이해 보자.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은 선현들도 믿고 따랐던 진리이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내가 지금 위치해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2022년을 헤쳐나가자.

둘째, 財寶萬庫 健失無用(재보만고 건실무용). 재보만고 건실무용 이라는 말은 ‘재물과 보물이 창고에 가득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재물을 잃는 것은 적은 손실이고(失財則小失(실재즉소실)), 신망을 잃으면 큰 손실이고(失信則大失(실신즉대실)),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고 했다. 필자는 지난해 1월부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출연연구기관 모바일 워크온 챌린지 ‘워크홀릭’에 가입하여 하루에 적게는 2~3만 보, 많게는 4~5만 보를 걸으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한때는 8킬로 감량에 성공했다가 冬眠(동면)에 빠지면서 요요현상에 허덕이었지만, 오늘도 내일도 걸으면서 머리에 잠들어 있는 것을 하나씩 끄집어 내어 復棋(복기, 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하여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볼 생각이다. 

셋째, 三忍五黙(삼인오묵). 필자가 학창시절 공부에 집중하기 위하여 책상에 붙여두었던 글귀이다.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는 시간조차 사치였던 시기였지만, 돌이켜보면 말은 사람을 웃고 울릴 수 있는 것이기에 말을 할 때는 신중하게 세 번 참고 다섯 번 침묵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자문해 본다. 말로써 타인에게 웃음도 주지만 말로써 타인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더 많아진 현상을 많이 봐와서 타인을 배려하면서 스트레스에서 나 자신도 해방시킬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자.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네가 나를 위해 맞춰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자기 욕심이지 사랑이 아니라고 한 혜민스님의 말씀과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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