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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이민석

이제 텐지(10G)

  • 작성자이민석  실장
  • 소속통신전파연구본부 경쟁정책연구실
  • 등록일 2022.04.06

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 유선초고속인터넷의 100Mbps 보급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1) 또한 `21.6월 기준 전체 가입자 중 광통신 비중(percentage of fibre connections)도 83.8%로 2위인 일본 80.8%, 3위 리투아니아 76.0%에 비해 높다. 초고속인터넷에 관해서는 단연 앞선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아직 기가인터넷 상품도 팔고 있지 못하는 나라가 적지 않은데 우리는 10G 상품을 팔고 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10G 대중화가 그리 간단해 보이진 않는다. 안정적인 10G 속도를 누리기 위해서는 단말기까지의 모든 End-to-End 연결구간이 10G 속도를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즉, 통신사가 깔아 놓은 광케이블 구간뿐만 아니라 각 가입자 세대로 연결되는 구내통신망, 그리고 단말기와 직접 연결되는 랜선과 와이파이도 10G 속도를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10G 대중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이 구내통신망 구간이다. 궁극적으로는 구내통신망도 광케이블로 연결되어야 하지만 구내통신망을 설치하는 주체인 건축주는 광케이블을 설치할 유인이 낮기 때문이다.

구내통신망은 건축주의 책임이다. 건축주는 건축공사를 완료한 후 건축물 사용에 앞서, 설치된 통신설비들이 최소품질기준(방송통신설비 기술기준)을 충족하였는지를 검사받게 된다. 현재 기술기준 상으로는 광케이블은 건축주의 선택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 따라서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건축주는 많은 경우에 있어 상대적으로 더 비싼 광케이블 구축을 고려에서 제외시키게 될 것이고, 이러한 건축물에 살고 있는 이용자들은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한 10G 속도를 누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 품질이 좋은 그래서 요금이 더 비싼 상품을 팔고 싶어 하는 통신사와 건축비를 아끼고 싶은 건축주 사이의 유인이 합치되지 않는 지점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신축 건물에 해당되는 얘기이다. 이미 지어진 건물의 사정은 더 녹록치 않다.

필자는 2021년도 경쟁상황평가를 수행하며 서울지역 공동주택 단지 30곳을 표본으로 선택하고 각 단지들을 방문하여 구내통신망 현황을 실사해볼 기회가 있었다. 방문했던 아파트들은 1987년도에 지어진 건물부터 2017년에 지어진 건물까지 비교적 다양하게 분포하였다. 예상했던 대로 최초 구축한 구내통신망이 광케이블로 구축된 단지는 거의 없었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단지 중 일부만 광케이블이 구축되어 있었고 나머지 단지 대부분은 꼬임케이블(UTP케이블)로 구축되어 있었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80~90년대에 건축된 매우 오래된 연식의 건축물에서, 모뎀까지 광케이블로 직접 연결되는 FTTH 구성이 많았다는 점이다. 가장 최신의 아파트에 살고 있거나 매우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어야 최고의 인터넷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이 아이러니는 오래된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건물외관을 해치는 것으로부터 오는 비용보다 품질 좋은 인터넷과 IPTV를 사용함으로부터 얻는 편익이 더 크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2)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동 대표 뽑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입주민들이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였다는 점은 간과되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이유다.

건물 외관을 훼손하고 싶지 않은 아파트들의 경우는 광케이블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건물 외관 대신 건물 내부에 이미 설치된 관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하나의 관로를 여러 통신사가 공유하다 보니 공간이 넉넉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남은 공간의 상황에 따라 새로 광케이블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거나, 한 사업자의 광케이블 정도 가능하거나, 또는 여유가 충분하거나의 다양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설령, 공간에 여유가 있더라도 기존 케이블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광케이블을 추가로 안전하게 설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아파트 동 건물의 관로 상황에 따라 어느 곳은 설치가 가능하고 어느 곳은 어려운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통신사들은 남은 공간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할 수 있다. 사실, 후발사업자들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기술을 선점하며 개구리뜀질(leap-frogging) 하는 것인데, 다른 사업자에 앞서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간 선점으로 후발주자의 진입까지 방해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은 기회 아니겠는가? 그래서 앞으로의 10G 경쟁 이슈는 진정한 라스트 마일, 구내통신망에서 발생할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위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텐지(10G)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신축건물의 광케이블 구축과 기축 건물의 관로 선점 경쟁이 잘 조율되어야 하겠다. 전자는 기술기준 변경을 통해 달성할 수 있고 후자는 소유권 등 다소 복잡한 이슈들이 남아 있으나 경쟁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첫걸음일 것이다. 앞으로 10년, 20년, 30년 뒤의 OECD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초고속인터넷 강국이길 소원한다.



1) OECD Broadband Portal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KISDI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2021년도) p.215.
2) FTTH를 구성하려면 건물 외벽에 전선과 유사한 형태의 통신선로가 노출되게 된다. 건물 미관을 헤치므로 이러한 방식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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