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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강하연

디지털 기술패권 시대의 국가전략

  • 작성자강하연  실장
  • 소속국제협력연구본부 다자협력연구실
  • 등록일 2022.05.23

디지털 기술패권 시대의 국가전략1)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9세기는 기관과 철도, 항해기술 등 일련의 기술혁신과 맞물린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이 세계 경제를 제패했었으며 이후 전기, 석유, 철강, 자동차 분야 등의 기술우위를 토대로 미국이 20세기를 주도하였다. 국가 간 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크고 작게 있어왔는데, 1950년대~70년대의 미국과 소련 간 군사 경쟁 및 우주기술 경쟁, 1980년 중반 미국과 일본 간 자동차 및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갈등, 1990년대 미국과 유럽 간 항공기술을 둘러싼 경쟁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최근의 미국과 중국 간 기술경쟁은 미래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반도체, 5G,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 소위 4차산업혁명 기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기술들은 국가의 군사력 증강에 필수적인 기술이며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진할 범용기술 (general purpose technology)로서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주도권을 확보한 국가는 향후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 확보뿐만 아니라 패권국가로서의 경제군사력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기술이 국가의 정치·경제적 이익과 군사·안보적 미래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편 기술과 패권과의 관계는 전례 없이 촘촘히 연결된 글로벌 경제 구도에서 더욱 복잡해졌다. 1990년대 이후부터 ICT 기술 덕택에 가속화된 세계화 흐름에서 세계 주요국들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안에 각자 우위에 있는 부문을 담당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게 되었는데, 국가 경제간 상호연결성이 깊어지면서 생산 네트워크의 핵심 단계 또는 기술을 장악한 국가는 그렇지 못한 국가에 구조적 위협을 가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및 對중 반도체 기술규제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상의 상호의존성이 어떻게 무기화2)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첨예화되는 데엔 중국의 부상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2006년 ‘혁신형 국가건설’을 선포한 이래 2015년 ‘중국 제조 2025’ 및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발표하고 과학기술혁신 기반 제조 강국으로의 도약을 추진 중이며, 향후 2050년까지 차세대 정보통신, 신에너지(전기차), 신소재, 바이오, 스마트 제조 등 10대 분야 기술혁신정책을 통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혁신형 경제 대국으로 거듭나려고 하고 있다.

  중국 ICT의 부상은 미국, 넓게는 G7의 ICT 기술 패권에의 도전으로, 중국의 경제적 위상 강화, 더 나아가 중국의 지정학적 위상 강화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상대’로 규정3)하고, 첨단기술분야 R&D 확대, 이공계 인재 양성 전략, 수출입규제, 디지털 분야 국제협력 강화 등을 통해 글로벌 경제 리더십을 유지하고자 하며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에 돌입하였다. 작년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혁신경쟁법안’은 반도체, 배터리, 차세대 네트워크, 바이오 등 첨단분야에 대한 대대적 지원을 예고하였으며, 최근에는 하원 또한 반도체 연구에만 62조를 지원하는 ‘미경쟁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오랜 전통인 민간 주도 산업정책 기조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어 앞으로 분석 관찰이 필요한 사항이다.

  미국은 21세기 국가 미래 경쟁력에 필수적인 ICT 관련 자본, 지식, 기술, 인적 자원의 중국 내 유입에 타격을 주는 모든 통상 및 교류 관련 전략을 구사하고자 한다. 그리고 글로벌 가치사슬의 상단 또는 핵심 위치를 통제하여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서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미래 유망 ICT 분야에의 진입을 막거나 제한하려고 한다. 중국 또한 미국의 대중 견제에 맞서 미국의 대중 견제정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미러링 (mirroring)할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간 경쟁은 주요 ICT산업의 글로벌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이기에, 이 두 국가 간 경쟁 양상의 파악을 통해 국내 산업의 대응력 마련이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전략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미국의 경우 기술과 생산의 지리적 통제 (reshoring), 중국의 경우 기술의 탈미화로 규정할 수 있는데, 양국의 행보는 연결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디지털경제의 분할 (splinternet)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 싸움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21세기 글로벌 산업 질서의 모습이 결정될 것이고, 우리나라 경제 및 산업구조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우리 정부는 첨예한 글로벌 기술경쟁의 구도에서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야하는 쉽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다. 변화하는 글로벌 정치경제구도를 읽어내고 미중 기술 패권경쟁구도의 틈새를 지렛대로 삼아 우리의 기술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1) 본 칼럼은 저자의 다른 원고 (‘디지털 기술경제의 국가전략,’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이슈브리핑 no.154, 2022년 2월 14일)의 일부임을 밝힌다.
2) Farrel and Newmann. 2019. “Weapons of Interdependence: How Global Economic Networks Shape State Coercion,” International Security 44 (Summer 2019) pp. 42-79
3) US House of Representatives. China Task Force Report, Sept. 2020. 그리고 다음 자료도 참고하였다. Kurt Campbell and Jake Sullivan,“Competition without Catastrophe : How America can Both Challenge and Coexist with China” Foreign Affairs 98, no.5 (Sept/Oc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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