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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예: 황의 법칙)와 Intel(예: 버렛 사장이 10년 후 10nm 트랜지스터 출현 발표)에 의해 급속한 반도체 기술발전 전망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게임이론(game theory)의 시각으로부터 도출된 반도체산업에 대한 전망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원장 이주헌) 디지털미래연구실 손상영 연구위원은 14일 발간한 KISDI 이슈리포트 05-19 ‘게임이론적 관점에서 본 반도체산업 발전의 한계' 보고서에서 ‘(반도체소자 기술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트랜지스터 게이트 길이의 물리적 한계는 1.5nm'라는 사실은 이미 IEEE에 보고된 바 있고 2020년경이면 반도체산업이 그 물리적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게임이론을 응용한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2013년경이면 이미 반도체 기술발전 속도가 둔화되고 산업발전의 한계가 노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그 이유로 2013년에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32nm 급(1/2 pitch 기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비용이 워낙 커서 32nm 시장은 기술선도 기업에 의해 독점화되고, 그 때부터는 반도체산업에서 기술개발 경쟁은 사라지게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기술개발 경쟁을 통해 발전해 온 산업에서 기술개발 경쟁이 사라지면 그 산업의 발전은 곧 한계에 도달한다'는 명제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반도체산업은 경쟁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발전해 왔다. 보다 성능이 좋은 반도체 칩에 대한 잠재수요가 상존하는 상태에서 차세대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에 등장한 신제품은 기존 제품을 대체해 나간다. 따라서 차세대 기술 개발에 앞선 반도체 제조업체가 신제품 시장을 선점하고 비교적 지불의사(willingness-to-pay)가 높은 초기 수요를 접수해 고수익을 창출하므로 먼저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이와 같이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시장경쟁이 1960년대 중반부터 오늘날까지 반도체산업이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라는 full speed의 기술발전 속도를 내며 발전하게 한 동인이다.
최근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점점 작아짐에 따라 관련 기술의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고 이에 따라 반도체 제작장비 가격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무어 자신도 2003년 ISSCC 컨퍼런스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반도체 제작장비 비용 때문에 자신의 법칙이 깨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European Commission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3년 32nm 급 제품 출시를 위한 신 기술투자 때부터 제조업체들의 반도체 제작장비 비용 부담이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반도체산업에서의 시장경쟁 상황을 게임이론을 이용하여 모형화하고, 2010년대 초반의 극심한 반도체 제작장비비 부담을 모형 내에 있는 parameter들에 반영시켜 미래 반도체 시장구조를 예측했다. 결론적으로, 2013년경에는 반도체 시장이 (32nm 기술을 구현한 신제품 시장인) 독점적인 ‘상위시장(high-tier market)'과 (32nm 기술을 포기한 기업들이 모여 있는) 경쟁적인 ‘하위시장(low-tier market)'으로 양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위시장에서는 경쟁적인 기술개발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독점기업은 독점지대(monopoly rent)를 추구하려 할 것이며, 이에 따라 독점기업은 차세대 기술개발의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그 결과 기술발전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소수의 기술선도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상위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하위시장에서 (기술경쟁이 아닌) 치열한 가격경쟁을 치름으로써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다.
결국, 반도체산업 기술발전의 한계는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는 시점인 2020년 보다 6∼7년 먼저 그 징후가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경제가 반도체산업을 통해 성장해 왔던 그 동안의 방식이 앞으로 10년 이내에 통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즉, 2013년경을 기준으로 그 이전까지는 시장경쟁이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신기술이 부가가치를 창출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독점화된 상위시장에서는 기술개발보다는 독점지대 추구를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하위시장에서는 기술개발은 사라지고 비용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 기업만 생존할 것이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이와 같은 반도체산업 성장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반도체산업의 연착륙(soft landing)을 위한 중장기적 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하위시장에서 일부기업의 퇴출이 국가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비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위시장에서 독점기업의 독점지대 추구로 소비자의 후생 감소가 심각한 경우 독과점 규제 등 정책적 대응을 위한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고 본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반도체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므로 경기변동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 측면에서는 현재의 트랜지스터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적 대안 개발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0년대 반도체산업의 모습을 예측하는데 여러 가지 불확실성의 요소들이 있다. 특히, 시장의 수요 측면에서 어떠한 커다란 변화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과거의 경험적인 사실을 이용해서 그러한 불확실성에 대해 부분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수학적인 모형을 통해 미래 반도체 시장의 구조를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산업이 기술발전의 한계에 도달하는 시점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다. 사실 그 시점이 정확히 몇 년이냐를 맞추는 것보다는 이와 같은 모형분석을 통해 반도체산업의 가치창출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고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문의 : 디지털미래연구실 손상영 연구위원(02-570-4330, sonnsye@kis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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