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람들 속담중에 “If you want something to be done, do it yourself"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일을 시키는 것의 어려움을 뜻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좀더 전문적인 용어를 써서 ‘대리인 비용’ 혹은 ‘도덕적 해이’라는 말들도 방송에서 자주 듣곤 했다. 얼마전 TV 방송에서 한 리포터가 ”우리사회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로 어떤 사건의 리포트를 끝맺은 기억이 나는데, 듣는 이가 잘못 듣지 않았다면, 마치 사건당사자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반인륜적인 자로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물론 개개의 사안에 따라 당사자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용어들의 경제·경영학적인 해석을 고전적인 예라 할 수 있는 기업의 활동과 관련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도덕적 해이와 대리인비용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피고용자가 맡은 일을 자기일처럼 하지 않는 것과 그것에서 발생되는 비효율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것에 대한 인식은 아마도 인류가 사회적 활동을 개시한 때부터 있었으리라 생각되며, 역사적으로도 14세기 이탈리아의 유태인 상인들은 사업을 할 때에 매우 정교한 감독체계를 갖추고 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기업의 활동에 연관된 경제학적인 최초의 논의는 A. Smith의 국부론에서 joint stock company의 형태를 가졌던 South Sea Company의 운영에 대한 간략한 언급에서 시작되었다. 이 작은 소절에서 Smith는 일한 성과가 모두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 이상, 대리인인 경영층은 회사운영을 자기 일처럼 성의있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후 1970년대에 불확실성과 information cost의 개념을 대리인 비용에 접목시키며 이러한 대리인비용의 원인을 찾고 이에 대한 치유책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불확실성이 있어서 대리인의 성과측정이 어렵고, 또한 대리인이 기울이는 노력에 대한 측정도 용이하지 않다는 인식하에 대리인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용자와 피고용자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인센티브시스템을 보다 엄밀하게 찾는 작업들이 오늘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대리인비용은 기업운영에 소요되는 투입요소비용의 일부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원목을 구입고자 하는 회사는 구입한 원목에 대해 가격을 지불하여야 하듯이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자신들을 대신하여 회사를 경영하여 줄 전문경영인을 고용할 경우에 지불해야하는 회피할 수 없는 비용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대리인비용은 보다 엄격한 감시·감독을 통해서 줄어들 수는 있다. 이것은 마치 시장을 좀더 열심히 둘러보면 값싼 원목을 구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 또한 비용이 따르는 것이므로 이러한 감시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대리인비용을 완전히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기업의 이익극대화 추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여 어느 정도의 대리인비용은 이윤극대화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이기심을 강조하며,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개개인은 효용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것에 기반한 경제학적 입장에서는 성과측정의 불확실성과 감시·감독에 비용이 수반되는 한 대리인비용은 일종의 회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대리인비용 발생의 주범은 불확실성이라는 어찌해 볼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고, 대리인비용은 각 경제 주체들은 이러한 상황하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물론 대리인비용을 최소화시켜 효율성이 높아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불확실성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보다 정확한 성과측정시스템과 그에 따른 적절한, 그리고 엄격한 인센티브시스템이 필요하다. 개개인의 효용극대화에 맞추기 위해서 이러한 시스템은 고용자와 피고용자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설득되어져야 한다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앞에서 언급한 리포터의 마지막 멘트는 이렇게 바뀌었으면 한다. “우리사회에는 성과측정시스템과 보상체제, 그리고 상대방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 당신에게도 유리하다’라고 설득하는 노력이 미흡한 듯 하다. 그래서 도덕적해이가 만연하고 있다. 보다 좋은 시스템을 갖추어 ‘받는 만큼 일한다’와 ‘일한 만큼 준다’가 합의점을 찾았으면 한다.”
----------* 약력*----------------------------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국제경제 학사 / 전공 : (경제학)
서울대학교 국제경제 석사 / 전공 : (경제학)
UCLA 경제학 박사 / 전공 :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