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로의 사용환경 전환은 일반시민들에게 인터넷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넓혀주었으며 인터넷 고속성장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1994년 인터넷 상용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한국은 2002년에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을 넘었고 2003년 12월 기준으로 인터넷 사용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65.5%로써 인터넷 강국으로의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35.5%의 소외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다. 최근 진정한 IT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이렇게 정보접근권으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균형있는 권리배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보격차(digital divid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정보격차의 대략적인 추이와 원인을 살펴보고 정책적 함의를 개진해 보고자 한다.
정보격차의 가장 직접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 이용률에 있어서 차이를 소득별로 보면 조사시점 2003년 12월 현재 50만원 미만 소득자들의 경우 21.9%, 100-150만원 59.4%, 300-350만원 78.8%, 450만원 이상의 81%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차이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용률의 격차는 소득의 차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즉 소득이 낮으면 낮을수록 인터넷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소득이 높을수록 이용률이 올라가 소득이 인터넷 접근에 대한 정의 함수관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격차의 추이는 다만 소득에 따른 차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의 정치적·사회적 흐름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이슈인 세대간의 갈등을 보면 적지 않은 부분 새로운 정보매체로서의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에 기인한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지적이다. 이런 세대간의 인터넷 이용률의 변화를 살펴보면 30대에서는 80.7%, 40대에서는 51.6%, 50대에서 22.8%, 60에서 5.2%로써 여러 학자들이 지적하는, 세대갈등의 주요한 원인으로써의 인터넷 접근성 가설이 근거가 없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접근성에서의 차이는 정보의 공유를 제한하여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태도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를 가지게 할 만하다. 더군다나 사이버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동질화 현상이나 연대의 형성이라는 최근의 연구보고들을 염두에 둘 때 문화공동체에 대한 접근의 제한은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의 잠재적 갈등유발요인으로써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정보격차에 대한 종단면적인 연구들도 정보소유층(information haves)과 정보소외층(information have-nots)의 격차는, 증가율이 둔화되어가고 있기는 하더라도, 아직도 확대되어 가는 추세를 보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격차해소에 대한 방안은 매우 시급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정보격차의 확대추이는 최근에 발전하고 있는 정보격차에 대한 논의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불평등을 야기하는 새로운 사회적 메카니즘으로서의 인터넷에 대한 연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동안 하드웨어적인 접근성에 대한 불평등이 정보격차의 주된 논의대상이었다고 한다면 컴퓨터와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한 지식 또한 중요한 차원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반적인 IT기술 자체에 대한 태도 및 수용정도도 불평등의 차원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차원의 정보격차가 존재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불평등의 양상이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접근성과 활용성 그리고 수용성이 순서대로 위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써 아래 단계의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상위의 불평등 또한 사라지지 않고 불평등이 확대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놓여 있다.
이렇게 정보격차가 비단 현상적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화되고 있는 이유로는 크게 기업의 이윤동기와 정부의 성장우선정책 그리고 시민들의 미약한 권리의식을 꼽을 수 있다. 기업의 사적 이해의 추구가 문제되는 것은 그러한 경제적 동기 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 아니라 거시적인 안목을 결여한 순간적이며 단기적인 안목에 기초한 이해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닷컴기업의 경우 인터넷을 이용하는 65.5%의 인구에게만 초점을 맞추어 수익모델을 설계함으로써 나머지 인구의 필요를 외면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포화된 시장에 중복투자를 감행하고 M&A를 통한 몸집불리기에 치중함으로써 자원의 비효율적 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의 성장우선정책 또한 인터넷 자원의 공평한 사용을 가로막고 있다고 여겨진다. 정책의 두 가지 목표인 효율성과 형평성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지나치게 성장위주, 보이는 숫자 부풀리기 위주로 정책을 운영함으로써 정책의 수혜자가 되어야할 사람들의 이해를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보격차가 가져올 수 있는 파괴적인 영향을 인식하고, 미흡한 측면이 적지 않지만 최근 “정보격차 해소 종합계획(2001-2005)”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정보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박약한 권리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권리의식은 나만 접근가능하면 다른 이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가해적 권리의식과 나는 “어떤 사람인데 그러한 것이 나의 권리가 될 수 있을까”하는 피해적 권리의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의 권리개념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리에 안주하여 다른 이들이 겪고 있는 불평등에 암묵적으로 동조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며 후자의 권리개념은 자신의 권리를 권리로서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한다고 하더라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함으로써 보다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저어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권리의식의 왜곡이 정보격차와 관련되어 가지는 함의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여 공론화시키고 이를 제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없도록 한다는데 있다. 일례를 들어 “더블클릭을 하지 못하여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신체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타자의 입장에 선 사람은 그러한 문제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제기되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고에 사로잡혀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지 않으며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연적인” 한계라고 느끼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 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도록 요구하는 흐름을 만들고 이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일정부분 반영하는 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특히나 현재와 같이 정책을 결정하는 틀이 관료나 정책입안자 혹은 연구자와 같은 “보통”의 사람들로 구성된다면 이러한 암묵적이거나 명시적인 불평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인터넷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과제는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를 시키는가 즉 변화의 방향을 어디로 설정하느냐이다. 이러한 의제는 기술적인 문제를 뛰어넘어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합의와 조정의 과정이 개입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얼마만큼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사회관계들이 우리의 미래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터넷을 식민화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주: 언급된 수치는 (http://isis.nic.or.kr)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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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경제학 학사
+ Columbia Univ. 경제학 석사
+ Columbia Univ.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