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DI 생활도 어느새 햇수로 4년째에 접어든다. 그동안 내가 일하는 부서는 처음 전략컨설팅센터에서 경영전략연구실 내 우정경영연구센터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지금은 특화연구단의 우정·경영연구센터가 되었다. 부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주로 내가 했던 일은 정보통신부의 우정사업에 관련하여 발생하는 다양한 연구수요를 충족시키는 일이었다.
우리 부서의 업무는 KISDI내의 다른 연구부서와 달리 우정사업본부라는 일정한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연구보다는 컨설팅의 성격이 강하다. 때로는 컨설팅보다도 우정사업본부 관련부서의 기획업무나 실질적인 사업수행을 위한 지침작성의 일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 KISDI에 입사했을 때는 왜 KISDI 내부의 현금지급기가 우체국 것이 아니고 다른 시중은행 것인지 의아하기도 하고 연구소에서 보고서를 발송할 때 꼭 우체국택배를 이용해야만 되는 줄로 알만큼 우정사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몰두하기도 했었다.
실제로 그동안 원가계산 등 여러 과제를 수행하면서 우체국 창구는 물론 창구 너머 분류실부터 발착장까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있었다. 집중국, 교환센터, 전산소 등에 방문하는 것은 물론 실제 배달차량을 타고 배달현장까지 따라가 보기도 했다.
새벽에 우체국에 도착해서 각자의 구역에 배달할 물량을 오토바이와 차량에 나누어 싣고 한꺼번에 우체국 문을 나서는 집배원들의 출발을 보는 것도 참으로 상쾌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우체국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대개 사랑을 전달하고 정을 나누는 따뜻한 곳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내가 과제를 수행하면서 방문해 본 많은 우체국들, 특히 지방에 있는 6급 이하 작은 우체국의 경우에는 그런 모습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서울의 자식들에게 보낼 마른 고추 부대나 과일 박스 같은 것을 자전거에 싣고 머리에 이고 우체국문을 들어서면, 창구직원들이 직접 짐을 내려주고 포장도 해주고 주소도 적어주고 얘기도 나눈다. 우체국 한 켠의 인터넷프라자에 놓여있는 몇 대의 컴퓨터에는 학교에서 돌아온 동네 초등학교 꼬마들이 매달려 인터넷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한다.
연구를 수행하면서 우정사업의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적자우체국 문제나 보편적 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부담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부피에 따른 택배요금을 적용하여 실질적으로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우편물량 감소에 따른 집배인원 감축문제를 다룬 적도 있다. 또 정겨운 곳이라는 그 이미지 자체를 정보화사회에 걸맞는 참신한 이미지로 바꾸어야 한다는 논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만나본 우체국 직원들, 집배원들의 일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내가 이렇게 앉아서 얘기하는 많은 문제들이 우체국과 우체국의 고객인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한번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KISDI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앞으로도 나의 우정사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