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4년 맥스웰이 전파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언하고 1985년 마르코니가 무선전신기를 개발한 이후로 전파는 인류의 생활과 경제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90년대 이후 무선통신기술과 서비스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파를 이용한 통신·방송산업은 IT경제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전파는 이러한 산업의 불가결한 생산요소이다. 따라서 전파관리(spectrum management) 정책은 이러한 중요한 경제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흔히 전파를 ‘희소한’ 경제자원이라 한다. 하지만 전파자원의 부족이 가시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전파이용이 가장 활발한 미국의 경우도 이동통신서비스가 가 본격화된 ‘90년대 초까지는 선착순으로 분배되고 전파관리도 보호대역을 넉넉히 설정하고 무선국별 출력 등 운용기준을 엄격하게 통제하여 대역간의 혼신(interference)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이른바 '명령과 통제(command and control)'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낡은 방법으로는 더 이상 전파수요의 급격한 증대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하여 희소성(scarcity)의 개념을 경제적 희소성과 기술적 희소성으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이러한 접근방법에 따라 해결책도 다르게 나타난다.
경제적 희소성은 전파자원에 대한 초과수요(excess demand)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경우 경제학적으로는 전파자원 이용에 대한 가격을 올려 공급을 증진시키고 수요를 줄임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미국 등 이미 많은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는 주파수 경매제(spectrum auction)는 이러한 방법으로 시장의 균형을 달성하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가격기구(price mechanism)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믿음은 굳건하다. 실제로 공공부분도 가격시그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예를 들어 경매제가 도입된 이후에 미국의 연방정부는 정부용 주파수의 상업용 전환을 통해 재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해 왔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러한 방법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주파수에도 한계가 있고 명령과 통제 시스템에서 전파자원의 유일한 공급자로 기능해 오던 FCC가 보유한 주파수는 이미 고갈된 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최근에는 기존에 배분된 주파수의 용도 및 기술방식 변경과 거래 및 임대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주파수 공급을 증진시키고자 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FCC는 최근 사업자들끼리 주파수이용권을 사고 팔수 있는 2차 시장(secondary market)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한편, 기술적 희소성은 특정 시점에 개발된 기술로 이용 가능한 주파수대역이 제한되어 있고, 또한 명령과 통제 시스템의 경직적인 혼신규제 탓으로 기술적으로 사용가능한 대역이 인위적으로 차단되어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접근방법은 고주파대역을 이용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존에 이용중인 주파수와의 간섭을 회피 또는 최소화할 수 있는 똑똑한 송수신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SDR(Software-Defined Radio)은 하나의 단말기로 이용환경에 따라 사용 주파수대역을 소프트웨어적으로 변경가능하고 혼신이 일어나지 않는 주파수채널을 실시간으로 자동검색(auto scan)할 수 있으므로 특정 주파수대역을 여러 가지 용도로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의 접근방법은 흔히 전파자원의 본원적 성격이 토지에 유사한 것인지 아니면 바다에 유사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연결된다. 경제적인 관점은 전파에 대해 토지와 유사한 재산권(property right)을 부여하여 사용자의 재량권을 확대하고 자유로운 거래를 통하여 한정된 전파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낭비 없이) 이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고, 기술적 접근은 선박이 운행하는 바다에 대한 배타적인 이용권을 규정하지 않고 단지 선박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프로토콜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항로를 달리 하거나 운항시간을 달리하여). FCC는 최근 공무원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전파정책전담반을 구성하여 미래의 전파관리 정책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였고, 그 결과 주파수배분 및 이용에 관한 시장기반(market-based) 정책과 열린 접근법(open access)을 동시에 수용하고 기술 및 시장여건에 따라 병행해서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방정부가 기술적 접근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주파수경매를 통한 재정수입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효율적인 전파관리는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며 21세기 정보화 사회 구축의 선결 요인이며 또한 최근에는 통신시장 경쟁정책의 주요 수단으로서 부각되고 있다. 그간 간헐적인 법률개정으로 시장기반 정책이 부분적으로(그러나 원초적인 형태로) 수용되었지만 우리나라의 전파관리 제도는 여전히 명령과 통제 시스템에 기초하고 있다. 물론 혼신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통제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최근 심화되고 있는 주파수자원의 부족과 편중, 일부 대역 주파수의 이용실적 저하, 그리고 통신과 방송사업자간의 형평성 문제 등은 우리의 전파관리 제도가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보다 적극적인 시장기반 정책으로 나아갈 것인지 주파수공동체(spectrum commons)로 갈 것인지 시장과 기술의 변화를 면밀하게 고려하여 전파관리 정책의 중장기 방향타를 설정하고 주파수이용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균형 있게 배려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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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제학 학사
서울대 경제학 석사
(美)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경제학 박사
통신방송연구실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