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화된 일상에서 요즈음 나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것은 ‘나의 목표는 무엇이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들이다. 사춘기 시절 한 번쯤 고민해 보았음직한 자기 정체성의 문제가 감성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이러한 문제는 ‘변화와 혁신만이 살길’인 현대사회에서 생존에 대한 두려움과 압박으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고민을 하던 중 나는 David Hutchens의 “The Lemming Dilemma"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학습 우화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책은 단지 ‘뛰어내려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주기적으로 절벽점프를 하여 집단자살을 하는 레밍(나그네쥐)의 오랜 전통(?)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여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에미’라는 이름의 어린 레밍에 관한 이야기이다.
왜 자신들이 절벽점프를 하는지에 대해 절대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뛰어내리는 레밍들의 모습에서 가장 기초적이며 본질적인 질문인 ‘왜?’라는 것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못하며 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점프를 해야 한다는 문화적 압력과 사회적 기대, 어른 레밍들의 점프 명령, 절벽 근처에 살고 있다는 물리적 조건 등이 맹목적인 점프를 유도한 것처럼 어떤 틀에 갇혀 가능성과 잠재력을 차단하고 표면적인 문제만을 해결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자문하게 되었다.
절벽점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에미’는 마침내 자신의 의문이 절벽점프 자체가 아니라, 초원 너머의 더 큰 세상을 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반대편 절벽 위의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목표지점으로 삼아 고무나무 잎으로 엮은 줄과 새총처럼 생긴 나무를 이용해 ‘에미’는 드디어 새로운 세상(반대편 절벽)에 이를 수 있게 된다. 즉, ‘에미’는 현재의 좁은 초원에서의 삶과 절벽 너머의 넓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을 창조적 파괴를 통해 이루어낸 것이다.
저자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목표와 비젼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잘 알고, 목표와 비젼을 깨달으며, 원하지 않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반응적 태도는 지양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창조적 태도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원하는 결과를 계속 효율적으로 창조해가는 능력인 개인적 숙련(personal mastery)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The Lemming Dilemma"를 읽으면서 나 역시 주어진 구조와 상황 속에서 그 어떤 것들에 떠밀려 맹목적인 절벽점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면, 그러한 점프와는 상관없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미리 포기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갖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고무나무 잎을 엮었던 ‘에미’의 이야기를 짚신삼아 목표와 비젼을 향해 나아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