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No Image

조직혁신의 두 얼굴

  • 작성자권기환  책임연구원
  • 소속우정·경영연구센터
  • 등록일 2004.07.20

기술 측면의 신결합 (new combination)을 강조한 슘페터 (Schumpeter, J. A., 1883. 2. 8 ~ 1950. 1. 8)의 말을 빌려 교과서적으로 정의해 보자면, 혁신이란 이용 가능한 사물이나 수단의 결합방식을 바꾸어 새로운 제품의 발명, 새로운 생산방식의 도입, 새로운 자원 개발, 조직 쇄신, 그리고 시장 개척 등을 달성하는 것이다. 드러커 (Drucker, P. F., 1909. 11. 19 ~ ) 같은 저명한 조직이론가들은 20세기에 사라질 조직과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조직의 차이점이 바로 해당 조직의 혁신 여부에 있다고 한다. 그 의미만 놓고 보더라도 혁신이란 중요한 것이며, 조직의 생존을 결정짓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또한 심각한 것이다.

지난 6월말 각계 인사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4년 공기업·산하기관 경영혁신 연찬회’가 개최되었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기획예산처에서는 17개 기관의 우수 경영혁신 사례에 관하여 소개하고 이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변화를 선택한 리더들’이라는 책자를 배포하여 전 산하기관에 조직화된 경영혁신 마인드를 확산시키고자 연찬회를 개최하였다고 한다. 과거와는 다른 시도라는 점에서 국가 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예산처가 상당히 보수적인 조직이라는 과거의 오명을 벗고 새롭게 거듭나는 첫발을 내디뎠다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 정부의 혁신 의지를 잘 드러내줄 뿐만 아니라 혁신에 대한 모두의 관심을 증폭시킨다. 이렇듯 혁신은 언제나 바람을 몰고 오고, 또 혁신 대열에 동참할 것을 종용한다.

혁신 사례들을 돌이켜 보면, 비록 어려운 과정을 겪기도 하지만, 거의 다 매우 성공적이다. 그래서 혁신은 밝은 얼굴을 하고 있고 또 혁신이 몰고 오는 바람은 언제나 우리들을 달아오르게 만든다. 하지만, 혁신이란 힘들고 괴로운 일이다. ‘革新’은 가죽을 의미하는 ‘革’자와 새롭다하는 의미를 지닌 ‘新’자 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革新’이란 가죽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이다. 피부에 상처가 생겨 피가 흐르는 것을 보면, 사람마다 차이는 좀 있겠지만, 작게는 ‘아야’하는 신음 소리에서 크게는 ‘으악’하는 비명 소리까지 그냥 내지를 판에 몸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가죽을 다 벗겨내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기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참기 힘든 고통을 동반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혁신이 성공할 가능성이란 그리 큰 것이 못된다. 차라리 실패할 가능성이 상당히 클 것이다. 특히, 기술, 사람, 시스템의 결합체인 조직 자체를 전반적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혁신을 잘못 추진하다가는 오히려 구성원들의 의욕이 줄어들고 조직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심지어는 조직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예컨대 혁신의 실패는 품질 관리 운동의 성과가 흐지부지 되도록 만들고, 공들여 개발한 전략의 실행을 어렵게 만들고,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소모시켜 설령 리엔지니어링과 같은 추가적인 변신을 시도하더라도 해당 조직을 탈진 상태에 이르도록 만든다. 결국, 조직혁신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고 또 냉혹한 바람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성공한 혁신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혁신이 실패하게 되는 요인을 살펴보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일이 될 것이다.

자, 그럼 조직이 시도하는 혁신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드는 요인과 관련하여, 조직이론에서 강조하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혁신의 실패를 조장하는 첫 번째 요인은 위기의식의 부재이다. 조직 내부에 위기의식을 충분히 불어 넣기 전에 혁신을 시작해 버리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부심이 높은 관리자일수록 위기의식을 불어 넣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변화 추진을 위한 커다란 힘을 쉽게 동원할 수 있다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또 구성원들을 무사안일에서 벗어나게 하는 쇄신 작업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혁신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흔한 일로 생각하는 관리자는 현상 타파는 고사하고 현상에 대한 고착을 불러일으켜 시작부터 혁신을 좌초시킨다. 두 번째로 혁신에 관한 방향성의 부재를 들 수 있다. 혁신 방향의 부재는 혁신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조직 체계의 부재와 혁신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미래 모습인 비전의 부재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혁신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기 때문에 강력한 지도부 없이는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혁신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 없이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한 방향으로 엮어 조직의 응집성을 키울 수가 없다. 혁신이 실패하도록 만드는 세 번째 요인은 혁신에 대한 공감대 형성 미흡이다. 설령 온전한 혁신 비전을 갖추고 있다하더라도 이러한 비전이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전파되고 공유되지 못한다면, 구성원들의 고통과 희생을 먹고 자라나는 혁신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계층을 막론하고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혁신 방해 공작원들을 그대로 방치해 둘 경우, 혁신 비전은 왜곡되고 혁신 동참자들은 오히려 정신없는 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 혁신 실패를 유발하는 네 번째 요인은 혁신 성과에 대한 안일한 대응이다. 추진 과정의 어려움 때문에 혁신을 시도하는 주요 관리자들은 혁신의 성과에 대해서 상반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선, 혁신 관리자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혁신의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과 없는 혁신의 심각함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조그마한 성과조차 가시화되지 못할 경우, 혁신 방해 공작원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구성원들은 자신에게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는 혁신의 대열에서 이탈하게 된다. 다음으로, 의외의 혁신 성과를 달성할 경우, 혁신 관리자들은 목소리를 높여 혁신의 숭고한 의미와 자신의 혁혁한 업적을 칭송하면서 쉽게 도취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감상적 자아도취는 혁신의 조기종결을 가져오고 혁신의 여정에 참여한 동지들을 와해시켜 일상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그리고 혁신 추구 노력은 부지불식간에 연기처럼 흩어진다. 혁신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혁신을 특이한 활동으로 규정짓는 이분화 된 시각이다. 조직 구성원들은 한편으로 혁신을 바람직한 활동 가운데 하나라고 인정하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혁신을 매우 독특하고 비정상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혁신을 정상적이지 않은 활동으로 인식할 경우, 혁신의 제도화는 곤란을 겪게 되고 혁신을 조직에 뿌리내리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진다.

지금까지 정보통신 분야는 혁신의 산실이었다. 최소한 기술, 제품, 그리고 서비스 분야에서는 그랬다. 민영화 이후 전사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KT, 융합 환경을 주도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SKT, 새로운 피 수혈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하나로통신, 초경쟁적인 상황에 직면한 우정사업본부 등 정보통신 관련 주체들의 2004년 최대 관심사 역시 혁신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조직 차원에서의 혁신이 갖는 의미가 더욱 커질 것이다.

성공적인 조직혁신이란 조직이 시도하는 무수히 많은 혁신 시도들 가운데 어두운 얼굴을 밝은 얼굴로, 우리를 움츠려들게 하는 냉혹한 바람을 우리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뜨거운 바람으로 승화시킨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는 조직혁신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것은 혁신을 실패로 이끄는 여러 요인들을 제거하고 그 악영향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정보통신 분야의 모든 주체들이 스스로 추진하는 조직혁신의 어두운 얼굴, 냉혹한 바람을 밝은 얼굴, 뜨거운 바람으로 승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 약 력 * -----------------------------------------------

+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 석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 박사
+ 2001.10 ~ 2002.09 : 서울대학교 조교
+ 1995.01 ~ 1998.03 : 산업정책연구원 연구원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신보람
  • 연락처043-531-4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