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No Image

엄마의 떡

  • 작성자최윤정  3급행정원
  • 소속총무팀
  • 등록일 2004.07.13

오늘도 아침에 조금만, 조금만을 두어번 반복하다 일어났더니 출근시간이 빠듯하다. 정신없이 샤워하고, 옷 챙겨 입고 잰 발걸음으로 집을 나오면서도 부엌을 한번 꼭 들른다. 식탁위에 놓인 알루미늄 호일에 단정하게 쌓인 조그만 뭉치를 가방 안에 넣고, 부모님 계시는 방문을 향해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열심히 버스정류장으로 발을 옮긴다.

사무실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고, 메일도 확인하고, 인터넷신문도 훑어보고...그리고 가방 안에 있던 뭉치를 꺼내보면, 엄마가 플라스틱랩과 알루미늄 호일로 싸주신 떡 한주먹이 나온다. 나의 아침식사다. 아침에 밥한술 뜰 여유도 없고, 입맛도 없어하는 내게 엄마는 매일 떡을 싸주신다. 아마, 엄마니까 해주실 수 있는 일인 듯싶다. 매일 다른 종류의 떡을 따뜻하게 데워서 곱게 곱게 두겹으로 싸주시는 건 보통 정성이 필요한 게 아닐테니까. 한밤중에 냉장고에서 발견한 고등어 때문에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처럼, 나는 매일 아침 엄마가 챙겨주시는 떡으로 엄마의 사랑을 확인한다.

가끔 아침밥으로 가져온 떡을 먹다보면 울컥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같은 게 치솟을 때가 있다. 엄마한테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말도 해보고 싶고, 여태까지 잘 키워주시고 보살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다정한 말도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막상 전화기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리면 그런 말을 하기엔 왠지 쑥스럽고 멋쩍은 생각이 들어서, 그냥 식사 하셨는지, 많이 바쁘신지 하는 일상적이고 겉도는 얘기만 하게 돼버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엄마는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다. 그래서, 난 초등학교 소풍이나 운동회 때 엄마와 함께한 기억이 별로 없다. 엄마가 근무하시는 학교의 행사일정과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일정이 겹쳐서 엄마는 학교에서 근무를 하셔야했고, 혼자인 난 다른 친구들이 엄마와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습을 부러워한 적이 많았다. 학교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때 엄마가 계시지 않은 게 서운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가 직장과 가정이라는 두가지 짐으로 얼마나 고달프고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땐 그런 것들을 헤아릴만큼 속이 깊진 않았으니까. 조금 더 자라면서는 엄마의 인생방식이 답답해보였고, 이해되지 않아서 엄마에게 상처를 준적도 많다. 엄마처럼 살기 싫다는 말로 엄마 가슴에 못을 박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모진 말인데...

며칠 전 엄마와 문자메시지로 짧은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엄마, 미안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는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답을 하셨고, 내가 “그냥...”이라고 문자를 보내자, 엄마는 내게 “벌써 철드는 거니? 엄마는 이제야 철들기 시작인데...넌, 아직 멀었다.”라는 답을 하셨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고, 많은 일을 겪고,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해야 완전하게 철이 들 수 있을까?

요즘도 나는 방청소도 잘 안하고, 집안일도 잘 돕지 않는다. 아침에 눈뜨면 출근하고,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잠자기 바쁘다. 주말에는 그동안 못 본 TV나 보면서 뒹굴뒹굴하다가, 엄마한테 점심엔 수제비 만들어달라며 일거리를 오히려 만들어드린다. 엄마가 부엌 쓰레기좀 내다놓으라고 하시면 귀찮은 마음부터 든다. 이런 것만 봐도, 엄마 말씀처럼 난 철들려면 아직도 먼 것 같다.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쑥스러운 말 대신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해드릴까 하다가, 오늘 저녁엔 내 베개를 들고 안방에 가 엄마 옆에서 한번 자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 옆에서 TV를 보면서, 이 드라마는 재밌지만, 저 연예인은 너무 연기를 못한다며 수다를 떨고,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도 얘기하다가 잠이 들면...엄마한테 조금 덜 미안할 것 같다.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신보람
  • 연락처043-531-4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