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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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에 가치를 許하라

  • 작성자주민정  책임연구원
  • 소속경영전략연구센터
  • 등록일 2004.11.01



『케빈 베이컨의 여섯 단계 게임(Six degrees of Kevin Bacon)』이라는 것이 있다. 케빈 베이컨은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명 계남과 같은 일종의 引證 배우 - 배우 명 계남은 워낙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어서 그의 캐스팅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 또는 승인절차인 양 여겨진다는 뜻이라 한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같은 영화에 전태일의 아버지로서 뒷모습만 잠깐 나온다든지 하는 식으로. - 로서 수많은 영화에 이런 저런 주 · 조연으로 자주 출연한 배우이다 (참고로 한국 영화계의 케빈 베이컨으로 여겨지는 인물은 배우 양 택조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다보니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그 수많은 배우들 -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미키마우스를 포함하여 - 이 6단계 이내의 출연작, 제작자, 공동출연 등을 거치기만 하면 그에게로 연결된다는 것이고, 이 게임은 바로 그 중에서 가장 짧은 경로를 찾는 게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게임이 성립 가능한 이유는 케빈 베이컨이 유명한 배우라서일까?

나는 최근에야 이 게임의 초기 형태가 이미 70 여년 전에 당시 헝가리의 신예작가였던 Frigyes Karinthy가 쓴 『연쇄(Láncszemek)』라는 작품에서 유래했음을 알게 되었다. Karinthy가 제안한 이 게임은 1967년에 Stanley Milgram에 의해 재발견되면서 실험에 의해 확인되었다. 그의 실험에 의해 미국 내 임의의 두 사람을 연결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 경로는 5.5 명이었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임의의 두 점을 연결하는 링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데 그 단계가 불과 6명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는 ‘싸이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은 싸이의 세상에서 파도를 타고 이 효리에게도, 박 찬호에게도, 대통령에게도 도달할 수 있다. ‘단지 클릭 몇 번 했을 뿐인데’ 말이다.

1980년의 어느 날, 유럽 원자핵연구소의 기술자였던 Tim Bernes-Lee는 온 세상의 컴퓨터가 연결되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였다. 그의 상상은 오늘날 월드와이드웹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모두를 인터넷 세상에 입문시켰다. 지구의 어느 구석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이 거대한 정보의 바다 속에는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 수 만큼의,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문서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데 6 단계 이내의 경로가 필요했듯이 웹 상에 존재하는 임의의 두 정보 간에도 그러한 평균적인 거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의 창시자인 Barabási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이 역시 20단계 미만의 경로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놀라움은 멱(power)이라고 번역되는 수학의 연산을 생각하면 일면 당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즉, 하나의 점이 n 개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고 이렇게 연결된 서로 다른(distinct) n 개의 점이 다시 n 개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면 n의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더라도 몇 단계 만에 그 끝에 존재하는 점의 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산결과는 임의의 두 점을 연결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드문 일인가를 나타내기도 한다. 임의의 두 점이 유한한(finite), 그러면서도 매우 적은 수의 단계를 가지는 경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점에서 다른 하나의 점으로 넘어가는 각 단계가 매우 효율적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즉, 어떤 점으로부터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경로를 줄이고 싶으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필요한 가능한 후보지 중 최적이라고 생각되는 후보지로 이동해야 하며, 이것은 각 단계마다 여행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ilgram의 실험이 성공한 것은 피실험자들이 목적지로 향하는 가장 짧은 경로에 대해 인식하고, 자기 자신은 전혀 모르는 최종 목표인물까지 이르는 경로에 대해 자신보다는 더 잘 알 것 같은 주변인에게 바통을 넘겨주었기 때문인 것이다. 네트워크 상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전달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전달되는가이다.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어떤 자산이라도 댓가를 지불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 무형의 자산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이 ‘무엇’에 대해서는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는 반면 ‘어떻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다. 사람들은 인터넷 상에서 공유되는 자료들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기꺼이 가치를 인정하면서 그 자료들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가치를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컴퓨터는 데이터를 내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효율적인 전달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크기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달되는 데이터의 양에 따라 서로 다른 네트워크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데이터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상당히 공평한 처우라고 볼 수도 있다. 효율적인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접속료 결정에 대해 이제는 보다 선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 * 약 력 * -----------------------------------------------

+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 학사
+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석사
+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박사 전공 : (Time Series Analysis)
+ 2001.04 ~ 2001.09 : 삼성화재 Risk Management Team 과장
+ 2002.11 ~ 2004.07 :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선임연구원
+ 2004.07 ~ 현 재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우정경영연구실 책임연구원

 

  • 부서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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