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화두> 속의 주인공 못지않게 균형을 찾기 힘든 시절을 우리는 살고 있지 않을까? 이념의 논쟁 앞에서도 그랬고, 민주화의 길에서도 그랬고, 경제가 파탄이 났다던 IMF시절도 그렇고, 정말 어떻게 우리는 여기까지 무사히도 살아왔을까 대견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균형과 중심을 유지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은 정말 각자의 대명제요 영원한 화두라고 생각된다.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은 개인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이나 기업의 목표요 이상이다. 돈만 많이 벌면 되지, 고객만 사로잡으면 되지, 훌륭한 관리시스템만 갖추면 되지 등과 같은 단편적인 생각만으로 과연 고도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조직과 기업은 얼마일 것인가? 살아남는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런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며 오래 가지도 않을 듯하다. 아마도 경영자들은 단편적이고 일면적인 관리를 통해 발전을 꾀하기 힘들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을 것이다. 새로운 관리의 틀을 통해서 성과의 지속적인 점검과 개선을 도모할 수 있으리라 짐작했을 것이다. 요약해서 정리하자면 재무적인 관점과 고객의 관점, 그리고 내부 프로세스 및 조직원의 학습과 성장이 균형 있게 관리되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의 틀을 갖출 수 있다는 것.
대학원 시절에 관리회계학을 전공으로 택하면서 조직의 성과관리와 평가 및 보상의 중요성에 대해서 남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성과 관리 도구들 가운데서도 특히 BSC(Balanced Scorecard)라는 개념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한국말로 번역해서는 ‘균형 잡힌 성과표’로 많이 일컬어지는데, 그야말로 조직의 미래지향적인 성과향상을 위해서는 다면적인 평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평가 툴이다. BSC와 관련된 서적과 논문을 읽고 이 주제로 졸업논문을 쓰기로 마음먹은 후, 어렵사리 졸업장을 받아들었지만, 지금에 와서도 다시 살펴보는 내 논문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과평가란 내부 자료이기 때문에 관련된 자료 입수의 한계도 있기는 하지만, 실무를 경험해보지 못한 연구자의 능력부족이 더 컸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원에 들어온 뒤로 많은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우정경영연구실’의 특성상 단연 우정사업본부와 관련된 과제들이 주가 되고 있으며, KT와 관련된 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연구원 각자의 전공 분야를 살리면서 과제에 참여한다면 정말 좋은 경험이겠지만, 제한된 인력과 시간으로 다양한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연구실의 특성상 그렇게 운이 좋은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도 현재 참여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는 전공과 일치되어서 특히 마음에 든다. 간략하게만 소개하자면 ‘성과분석을 통한 경영평가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이다. 이전에 있던 제도와는 달리 새로운 관리의 틀인 BSC를 통해 경영관리와 평가를 도모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조직 실무자들과 다양한 회의와 워크샵을 통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원 시절에 수행했던 다소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연구의 틀에서 벗어나 실무의 세계에 직접 들어가서 진행하는 경험은 남다르다. 생동감 있는 경영의 세계에 함께 호흡하고 있는 느낌이 가득하다.
내부성과평가와 관련된 연구는 조직 및 구성원 깊숙이 그 파급효과가 미친다. 개인과 부서의 평가에 따라서 보상이 달라지는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하나 진행하는 작업이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연구원의 고객인 조직의 전략과 결부되어 미래성과 향상에 기틀이 되는 방안이라 생각하면 과제 참여자라는 의무 이상의 일종의 사명감까지 느껴진다. 올해에 참여하는 과제 가운데 가장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과제일 것이며 앞으로도 나의 경력에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를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약간 싸늘해지기 시작한 11월 초반. 맑아지는 정신만큼이나 산뜻한 마무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수많은 과제 속에서 나름의 균형감각과 중심을 잘 잡아가며 한걸음씩 나아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