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세계는 우리가 아는 바와는 다른 또 다른 초고속 인터넷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의 초고속 인터넷은 주로 일반 사용자를 상대로 한 것이나 세계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다 더 관심을 집중하고 뜨거운 경쟁을 하는 것은 연구 개발 인프라로서의 초고속 인터넷 망이다. 지금 세계 선진 각국은 바야흐로 e-Research 기반 구축 경쟁에 총력을 다 하고 있으며 나라에 따라서는 CII(Cyber Information Infrastructure), 제3의 물결(Third Wave), e-Science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새로운 국가 기반 구축 경쟁은 급변한 인터넷 시대에서의 진정한 과학 기술 경쟁력이 초고속 인터넷 망 위에서의 '연결된 분산 자원'에 의한 새로운 연구 개발 패러다임으로의 조속한 진입에 있다는 자각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고에너지물리(High Energy Physics: HEP) 학계는 전 세계 소립자가속기 데이터의 실시간 공유 및 처리를 위해 HEPN이라는 10Gbps급의 전 세계 논리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세계 기상청 또한 인공위성, 지상 해상을 망라하는 글로벌 사이버 기상재해 관측 망 구축에 이어 환태평양 해저 탐사 측정기들을 큰 고리 모양으로 엮는 대대적인 해저 광케이블 망 구축작업이 최근에 선언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핵융합기술(Fusion), 천체관측(eVBLI)등 첨단 과학 분야 모든 분야에서 21세기 벽두의 엄청난 크기의 새로운 파도(Internet Third Wave)로 무섭게 밀려오고 있다.
이러한 연구 개발의 패러다임 변화는 순수 과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보잉 항공사나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세계적 자사 망을 통해 항공기의 설계, 개발, 시뮬레이션, 생산 등 모든 과정을 강력한 사이버 인프라를 이용해 하고 있다. 곧, 세계에 흩어져 있는 기술자들이 서로 다른 부분을 설계하며 각 단계에서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한편 흩어진 컴퓨팅 자원을 공유하여 실시간 시뮬레이션 및 모의 운전을 통해 과거에 십수 년을 필요로 했던 최첨단 기구 설계를 단 몇 달 내에 해 내는 설계 능력을 확보해 나아가고 있다. 또한 미국의 환자를 독일의 의사가 HDTV급의 영상을 통해 원격 수술을 할 수 있는 사이버 메디칼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최근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할리우드 영화들은 영화의 상당 부분이 컴퓨터그래픽스 기술로 제작되고 있는데, 이때 각 아바타나 배경 등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전문 그래픽 제작 회사들이 분담하여 개발하고 초고속망을 통해 실시간 합성, 수정하며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가 되고 있다. 이제 이런 사이버인프라는 단순한 정보 교환이나 흥미 위주의 세계를 넘어 국가 과학 기술 및 산업 생산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중요한 국가 기반 시설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정보인프라(CII)의 요소는 대개 최소한 수 Gbps내지 수십 Gbps 이상으로 엮어져 있는 연구교육(R&E) 전용 첨단망, 흩어진 데이터 및 컴퓨팅 자원을 사이버 공간에서 지역적 제한을 넘어 실시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미들웨어, 그리고 이렇게 구축된 사이버 공간을 이용해 특정 목적의 응용을 위해 목적 지향적 사용자 접근 인프라를 제공하는 서비스 부분 등 대개 세 개의 큰 계층 구조로 이해되고 있다. 이미 세계 과학계는 GRID라는 분산 자원 공유 인프라 개념을 통해 연대를 구축하고 있으며 일부 과학계는 상당한 진척을 보여 사뭇 배타적인 정보자원 공유 집단화되어 가고 있다. 이제 이 CII 대열에 들어 함께 나아가느냐 뒤쳐지느냐가 2만불 시대를 지향하는 우리의 꿈이 과연 실현 되느냐 마느냐를 가늠하게 되고 있다.

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연구개발의 패러다임이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자기의 실험실이나 연구소에 값비싼 장비나 시설을 보다 많이 구비하는 것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경쟁력이 확보되던 시대가 지나가도 있다. 연구시설들을 강력한 초고속망으로 네트워크 화하여 지구 한구석에 박힌 연구소에서 다른 대륙에 있는 천체 망원경, 고에너지 가속기, 기상 측정기를 원격 조정하며 실시간으로 측정 데이타를 수집하여 대륙에 흩어진 남의 수퍼컴퓨터로서 계산을 하고 압축된 실험 결과를 자신의 영상 단말기에 실시간으로 도시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이제 연구 개발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장비가 아니라 초고속인터넷망인 것이다. 기술 수준이 고도화됨에 따라 연구 개발 장비 또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요구하게 되고 어느 세계 초일류 연구소라도 모든 장비와 시설을 스스로 다 구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초고속 인터넷 망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또한 반드시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미국, 일본, 스위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각국의 선진 과학 기술자들은 서로 협력하여 보완적인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강력한 초고속 인터넷으로 실험 장비 및 컴퓨팅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연구를 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으로 이루어낸 성과중의 하나가 바로 최근의 Genome 프로젝트였다. 100년 넘게 걸릴 연구를 그렇게 빨리 이루어 낼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는 바로 초고속망에 의한 천문학적인 크기 데이타의 긴밀한 공유였다. 연구 기술 패러다임의 혁신은 고에너지 물리, 천체 우주, 바이오 등 순수 과학 연구에 국한하지 않고 기상 측정, 재해 예고, 원격 의료시술, 사이버 문화 공연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HDTV 영상과 오디오로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한국에서 보게 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영화제작도 스튜디오 품질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교환하면서 브로드웨이, 서울, 홍콩, 뭄바이에 흩어진 제작소에서 실시간 협동작업으로 개발될 것이다. 한국의 전통예술 공연의 감동이 실시간으로 뉴욕, 파리, 바르셀로나의 관중을 한꺼번에 사로잡게 될 것이다.
첨단망 부분의 세계적 추세를 보면 이미 90년대 초부터 미국은 Internet2라는 대대적 첨단망 구축 사업을 해 오고 있고, 유럽은 GEANT, 카나다는 CA*Net라는 이름의 첨단망 구축을 해 오고 있다. 무한 기술 경쟁시대에 이러한 사이버 인프라가 가장 중요한 기반시설임을 인식하여 선진 각국은 합종연횡으로 연구개발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경쟁에 뛰어들고 있으며 세계 각국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 NSF는 2004년 11월에 소위IRNC(International Research Network Consortium)이라는 사업으로 세계 연구개발 망 구축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우리나라와 직접 관련되는 2개의 사업, 즉 유럽, 러시아, 중국, 미국을 관통하여 세계를 고리 모양의 10Gbps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잇는 Gloriad 와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폴을 10Gbps급으로 잇는 TransPAC이라는 사업이 기획되고 있다. 유럽 또한 자신의 10Gbps GEANT망의 세계화를 위해 ALICE, TEIN/TEIN2등의 국제망 사업으로 남미와 아시아를 엮어 나아가고 있다.

아시아, 미주 및 유럽 대륙간의 국제 산업 교류 현황은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21세기의 산업을 대표하고 이끌어 가고 있는 정보산업의 기반이 되는 연구개발 초고속 인터넷망의 연결은 대륙간의 격차 혹은 서구 선진국과의 격차가 매우 두드러지며 국제 산업 교류 현황에 비교해볼 때 대륙간 국제연구망의 용량은 향후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북미와 유럽 선진국 간에는 이미 다양한 첨단 IT 기술 및 과학 분야에 있어서 연구협력기반을 구축해 놓고 2000년대 말부터 시작되는 스위스의 입자가속기인 CERN에서의 고에너지 물리실험 데이터의 공유, eVLBI를 통한 천체관측 데이터의 지구적 차원의 협력, 거대 핵융합로 구축 공동 실험인 ITER를 통한 국제협력, 세계기상 및 천재지변에 대한 공동 대응 등 대규모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준비하기위해 대학간 연구소간 협력 체제를 굳건히 하고 이에 필요한 연구기반인 국제연구망 개설 및 증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새로운 IT 혁명이라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위한 센서 네트워크, 모바일 및 새로운 주소체계인 IPv6에 대한 국제 공동연구 및 협력을 북미‧유럽 간 국제연구망을 통해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각국들의 입장은 일본, 중국, 및 한국을 중심으로 북미 및 유럽 선진국과의 개별적 협력을 통해 국제 차원의 공동 연구 및 협력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대 자본과 다양한 시장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북미 및 유럽과의 국제공동연구 및 협력에 한국이 실질적, 대등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동북아간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동북아의 이해를 최대화하고 비용을 절감하여 효과를 극대화 하기위해서는 한‧중‧일 3국 혹은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 협력 공동체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일본의 기술력, 중국의 시장 잠재력, 더불어 러시아의 첨단 과학 기술력을 하나로 하여 북미 및 유럽 대륙과 국제연구망을 기반으로 한 첨단 IT 기술 및 과학 연구 분야에 있어 동등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이의 결과라 할 수 있는 산업 발전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협력 공동체의 구축을 위해서는 동북아시아에서 도덕적으로 가장 문제가 없고 상대적으로 각국과의 관계가 무난한 한국의 조정력이 필수적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통부의 주관아래 96년도부터 초고속선도망(KOREN), APII Testbed, TEIN 등 수백 Mbps 내지 Gbps급의 첨단망을 구축 활성화를 시도해 오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오랫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던 KREONET이 Gbp급으로 증속되는 한편 GRID 포럼이 활동하는 등 나름대로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기실 국가 차원에서의 절박한 상황의 인식이 확보되지 않아 대부분의 사업이 지엽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위에서 지적한 세계 사이버인프라 구축 경쟁이라는 차원에서 기획,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사이버인프라 구축 세계 경쟁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정통부, 과기부, 산자부, 문광부 등을 망라하는 최고책임자급 정책 협력체제에 근거한 강력하고 일사 분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정통부, 산자부등 과학 기술 연구 개발에 관한 조정 체계가 이루어져 가고 있는 바, 이러한 범 부처간 정책 조정에서 근본적이고 최우선적인 정책 목표로서 세계 선두에 합류할 수 있는 국내 사이버정보인프라 구축 및 관련 국제 사업에의 적극적 진입을 하루빨리 꾀할 때이다. 사실 세계 선진국 연대는 앞으로 수년간의 판도를 좌우할 IRNC, GLIF(Global Lambda Infrastructure Forum)등 거대 사업들이 내년 상반기에 전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출범 예정에 있다. 이 거대한 배를 놓친다면 우리나라는 산업시대 말기에나 한 때 모습을 드러냈던 변방의 한 나라의 전설로 남게 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륙과 해양 세력을 잇는 지정학적인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일본, 중국으로의 10Gbps 링크를 구축하는 한편, 남으로는 동남아와 북으로는 북한, 러시아로 뻗쳐 나가는 전략으로 이러한 세계 연구개발 초고속망 구축 경쟁에 뛰어 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동북아협력공동체를 위한 기반의 핵심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비약하는 사이버인프라 경쟁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기술 선진국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나가 영원한 기술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핵심 원천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지금 우리가 급변하는 연구개발 패러다임을 인지하고 국내 과학기술 연구개발 환경의 고도화를 꾀해야 하겠다. 관계 부처의 범부처적 협력을 통해 또 다른 초고속인터넷망 및 사이버 인프라 구축의 세계 경쟁 대열에 우리나라가 때를 놓치지 않고 당당하게 합류할 때에 비로써 동북아 협력 공동체를 주도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세계 선진국의 대열에 동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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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DI 책임연구원 (현)
KAIST, 전기전산학과 교환교수
Advanced Network Forum, 사무국장
Asia Pacific Network Information Center, 집행이사
ccTLD Constituency(ICANN), Executive Director of the Secretariat
Korea Network Information Center(KRNIC), 대외협력 팀장
Louisiana State University, Postdoctoral Researcher
University of Texas at Dallas, Ph.D. (High Energy Physics)
Rutgers University, M.S.
고려대학교, 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