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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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네트워크사회의 전쟁과 평화에 관한 국제법

  • 작성자정찬모  연구위원
  • 소속IT 통상전략센터
  • 등록일 2005.01.03

이제 사람들은 정보사회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도 역기능에 대한 어두운 경고에도 어지간히 무던해진 것 같다. 그럼에도 고도네트워크사회에서 인류를 전쟁으로부터 지켜내고 평화를 유지하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도 높은 정책적 우선순위를 가진다. 고도네트워크사회의 평화에 대한 위협에 대해 몇 마디 적어본다.

걸프전 및 이라크 전에서 전자무기가 사용되고 사이버전도 병행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아직 물리적 수단에 의한 전쟁의 개시 이전에 정부 수준에서 사이버공격을 수행한 사례는 발견할 수 없으나 개인 혹은 민간단체에 의한 사이버공격에 의해서도 실제로 국방, 전력, 수력 댐 통제시스템이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1994년 영국 소년에 의한 미 국방시스템 해킹, 1997년 일단의 해커에 의한 미국 전력망 및 태평양사령부 통제시스템 공격, 1998년 루즈벨트 수력댐 통제시스템 해킹 사건 등이 그 것이다. 유사하게 공항통제시스템이 마비되던가, 금융거래시스템이 붕괴하던가, 나아가 원자력발전소의 통제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핵공격에 비견될 정도의 공황을 가져올 것이다.

2003년의 1.25 인터넷 대란의 경우도 만약 그 원인이 특정 집단의 슬래머 웜 공격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라면 가히 전쟁의 개시에 해당할 것이다.
2004년 여름 한국의 10여개 주요 국가기관이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외국어대학 재학생들로 구성된 해커들에 의해 침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해킹으로 서해 경비정의 위치가 노출되고, 첨단무기 연구개발, 한미 군사작전계획과 같은 기밀을 요하는 국방정책이 유출되었을 것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개연성이 있는 것만으로도 중대한 피해라고 말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정황 상 중국 관계 당국의 개입을 추정케 하나 중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설사 중국 관계기관의 관련성이 확인되더라도 비우호적 행위에 대해 항의 내지 같은 성질의 보복을 할 수 있을 뿐 위에서 언급한 천문학적 규모의 비물질적, 파생적 손해에 대한 실질적 구제는 얻지 못할 것이다.

사이버 공격이 ‘국가의 개입 하에’ 혹은 최소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국가에 적극적으로 국제법적 의무를 위반하였거나 소극적으로 방지의무를 해태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피해사례들에서는 이와 같은 책임요건을 만족하는 증거가 제시되지 못하였다. 비록 공격행위의 시발국이 IP 추적에 의하여 확인되는 경우에도 그 국가에 국제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국제적 시도가 2001년 11월 채택된 유럽평의회의 사이버범죄 협약(Convention on Cybercrime)이다. 동 협약은 2004년 7월 발효하고 2005년 1월 현재 알바니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유고, 헝가리8개국이 가입하였다. 한국도 동 협약에의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함으로서 국제적인 사이버평화 구현 노력에 공조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사이버공격포기협정」 채택을 추진하여 고도네트워크사회의 안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한국 등과 같이 국가, 산업의 기간 시설이 정보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조약의 필요성이 더 크다. 또한 보충적으로 국제평화유지에 관한 국제기본규범과 전쟁 시에도 필요의 원칙, 민간시설 보호의 원칙, 비례의 원칙, 신사도의 원칙과 같은 전쟁법상의 원칙이 인터넷환경에서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유엔총회선언을 채택한다면 법적 불안정성이 완화될 것이다.
예로부터 전쟁행위와 같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법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행위에 일정한 한계를 부여하는 것은 유의미한 작업으로 계속되어 왔다. 미래 고도네트워크 환경에서 사이버공격이 무력의 행사 혹은 침략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빈도가 높아지면 사이버공격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국제협약의 체결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 약력 -------------------------------------------

서울대 언어학 학사
고려대 법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 법학 박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연구실 연구위원
現)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국제협력연구실 IT통상전략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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