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No Image

케이블TV의 과거 10년, 미래 10년

  • 작성자초성운  연구위원
  • 소속통신방송연구실
  • 등록일 2005.04.11

우리는 곁에 늘 가까이 있으면 아주 오래된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일상을 영위하는데 없으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해서 오랜 세월 함께한 친구나 배우자와 같이 여기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들은 앞으로도 그냥 그렇게 잘 지내겠지 하며 별 다른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미디어 산업의 경우를 보면 생활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전화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이 1896년이고 텔레비전은 1956년이니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다. 이것들의 본질적인 기능은 시작할 때의 것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지만 그 속은 엄청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는 전화를 소리를 주고받는 도구로만 여기는 사람은 없다. 요즘 나오는 핸드폰은 복합기가 돼버렸으니까. 한편 텔레비전도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에 컴퓨터를 붙이는 세상이니 대단한 변화다.

텔레비전이라는 영상전달 매체의 본원적 기능은 그대로인데 그것을 전달하는 수단과 관련되어서는 너무도 큰 변화가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서 안테나를 달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화질화면(High-Definition)을 보기 위해서 손수 안테나를 붙이는 매니아들이 있기는 했지만 요즘은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을 이용하고 있다.
이제 텔레비전은 안테나를 통해서가 아니고 케이블TV를 통해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향후에 위성방송이 더 성장하면 다시 안테나(접시안테나)가 많이 눈에 띄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지만 현재 우리에게 텔레비전을 보게 해주는 가장 보편화된 수단은 케이블TV이다. 그리고 올해가 케이블TV 도입 10주년이다.

우리나라의 케이블TV는 1995년 3월 1일에 48개 종합유선방송국들이 24개의 채널로 97,463가구를 대상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05년에는 약 1,200백만 가입가구를 확보하고 있으니 연 평균 100%가 넘는 기적과 같은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도 시작되고 있으니 양적 성장의 기반위에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과거 10년이 화려했으니 미래 10년도 충분히 기대할만 하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정작 속을 들여야 보면 그렇지도 않으니 문제다.

미디어 산업의 오늘을 특징짓는 개념은 ‘융합’이다. 흔히 통신방송융합 또는 방송통신융합으로 표현되는 현재 미디어산업의 한 가운데에 케이블TV가 있다. 영상전달이라는 방송적 속성과 양방향이라는 통신적 속성을 모두 보유함에 따라 케이블TV는 태동에서부터 융합에 대한 논의의 중심에 존재해왔으나 융합을 주도하지는 못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케이블TV는 3분할 구조로 시작되었다. 망은 통신사업자들이(NO: Network Operator) 구축하고, 편성과 송출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SO: System Operator) 각 지역을 담당하고, 컨텐츠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이(PP: Program Provider)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삼분할 사업 영역간의 수직적 통합을 금지한 매우 폐쇄적 시장구조를 유지해왔다. 1999년 1월에 개정된 종합유선방송법에서 수직적 결합을 허용하여 MSO(Multiple SO) 및 MPP(Multiple PP)가 등장하기는 하였지만, 현재도 전국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119개나 존재하면서 영세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일부 MSO의 사업규모나 재정이 매우 우수해졌다고는 하지만 케이블TV산업은 낙후된 인프라에서 영세한 SO와 PP들이 10년을 기약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양적으로는 급속한 성장을 하였지만 저가시장이 고착화되어 작년 말을 기준으로 가입자당 평균 수신료 매출은 5천원을 약간 넘는 정도이다.

케이블TV의 미래 10년은 디지털화에 달려 있다. 고화질의 영상과 부가서비스를 양방향망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를 얼마나 조기에 달성하는가가 관건이다. 이는 케이블TV 이후에 등장한 모든 다채널 매체가 디지털 기반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의 핵심사항이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SO당 약 100억원의 투자비가 예상된다. 여기에는 STB(Set-top Box)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에 SO당 평균 자본금은 약 70억원이며, 연 평균 매출은 56억원 가량이니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물론 위성방송도 있고, 위성DMB, 지상파DMB와 같은 다채널 매체에 IP-Casting까지도 등장하고 있으니 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통해서 살아남으면 될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듯이 현재 케이블TV의 문제는 다분히 규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가 힘든 3분할의 폐쇄적 구조에서는 케이블TV가 성장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인정하면 이는 결국 정부의 책임이라는 말이 된다. 따라서 다른 매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이유는 전혀 없지만 케이블TV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다.

현재 케이블TV의 구조를 왜곡시키고 디지털화를 위한 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외국인 소유제한과 사업자간 겸영 및 복수소유 규제를 들 수 있다. 우선 외국자본의 국내방송 통제로 인한 문화종속의 우려로 인해서 NO, SO 및 PP에 대한 외국인 지분은 49%로 제한되고 있다. 외국자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허용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으나 진입규제와 행위규제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제대로 된 행위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정교한 규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규제기관의 입장에서는 아예 괜찮을 것 같은 사업자를 진입단계에서 추려버리려는 인센티브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융합시대에 진입을 통해서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이미 다른 산업에서 진입이 되어버린 사업자가 융합영역에서 차별받는 상황이 전개되면 결국 융합의 진전을 정부가 가로막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에 영국과 일본은 케이블TV의 외국인 소유에 대한 규제가 없다. 특히 케이블TV의 상업성을 인정하면, 49%는 타 산업에 비해서 과도한 규제로 지적할 수 있다.

한편 특정 케이블TV사업자가 전체 종합유선방송구역의 5분의 1(15개 구역 이하) 이상을 소유할 수 없으며, 매출 총액의 33%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케이블TV 이후의 다채널 매체가 모두 전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방송구역 한도를 33%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구역제한 규정의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 전국을 서비스 구역으로 하는 다채널 매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통신방송융합 시대에 MSO 자체가 경쟁제한적이라는 인식은 곤란하다.
우리나라 케이블TV는 어떤 경우보다도 강한 정부의 규제하에서 운영되어왔다. 그것이 케이블TV의 과거 10년이다. 그리고 케이블TV의 미래 10년은 정부의 규제가 아니고 활성화를 위한 정책에 달려 있다. 우리 일상 속으로 깊이 자리 잡은 케이블TV가 융합시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어 경쟁을 통한 과실을 이용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 약력 -------------------------------------------

+ 연세대 신문방송학 학사
+ 연세대 신문방송학 석사
+ University of Washington 언론학 박사과정수료
+ Ohio State Univ. 언론학 박사
+ 現) 통신방송연구실 연구위원, 실장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신보람
  • 연락처043-531-4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