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총 R&D 투자 규모는 19조 687억원(‘03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64%에 이르고 있다.1) OECD의 연구개발활동조사 시행지침(FRASCATI MANUAL)에 따른 조사사항과 방법을 채택한 지난 ’95년 총 R&D 규모가 9조 4,406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증가이다. 이처럼 R&D 규모가 급증하면서 R&D 투자의 효율성 혹은 성과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향후 투자방향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R&D투자 효율성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아 질적인 측면에서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과 함께, 절대적인 R&D 규모는 여전히 선진국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R&D 투자효과는 높은 편이라는 다른 주장도 제기된다. 경제학자들도 우리나라 R&D의 투자 효율성과 성장 기여도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론적 가정, 추정방법, 사용된 데이터 등에 따라 추정 결과들이 상이하게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최근 진행되고 있는 논의의 중심은 투자의 효율성 혹은 성과를 개선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방안 마련에 있는 것 같다.
R&D 효율성에 대한 논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첫째는 한정된 국가 자원으로 다양한 과학기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약된 연구개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국가적 성과를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노동과 자본투입에 의한 성장이 한계에 이른 현재의 상황에서 지식기반경제하의 성장엔진이 될 기술혁신의 동인(動因)으로서의 R&D 역할이 크다는 점이다.
경제학자인 Cohen과 Levinthal(1989)2)에 의하면 R&D는 혁신(Innovation)과 학습(Learning)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R&D는 새로운 지식 혹은 정보를 창출하는, 즉 혁신(Innovation)의 수단으로 인식된다. 혁신에 대한 결과는 새로운 제품 개발이나 공정혁신 등으로 나타난다. R&D의 역할은 혁신이라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인식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한 가지 중요한 R&D의 역할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학습(Learning)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기업 내부에 이미 축적되어 있는 지식뿐만 아니라 기업 외부에 존재하는 지식 혹은 정보를 수집하여 이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제품 개발, 즉 혁신(Innovation) 그 자체를 위한 R&D 투자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의 지식과 정보를 흡수,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R&D 투자가 요구된다. Cohen과 Levinthal은 이러한 기업의 능력을 학습능력(Learning Capacity) 혹은 흡수능력(Absorptive Capacity)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지식 혹은 정보가 공공재적인 성격을 갖는다 하더라도 외부의 지식을 흡수하여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에 따라 기업별로 외부 지식의 가치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해 R&D 투자를 해야 할 유인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창출된 과학기술적 지식을 습득하고, 또한 경쟁기업들로부터 스필오버(spillover)된 혁신의 결과를 이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발견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학습(Learning)의 역할은 그만큼 크다 할 수 있다.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초과학 분야의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증대시켜야 한다. 그러나 R&D 투자의 효율성 및 성과 개선에 관한 최근의 논의에서는 실용화, 상업화 등과 같은 단어가 빈번하게 회자(膾炙)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기초연구보다는 개발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는 R&D 투자, 특히 정부 R&D 투자에 대한 성과를 요구하는 사회의 목소리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성과 개선을 위한 개발연구의 필요성이 기초연구에 대한 R&D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R&D 투자의 성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요(要)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또한 R&D 투자의 절대적인 규모가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연구를 통한 꾸준한 지식축적이 없이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R&D 투자의 두 가지 역할, 혁신(Innovation)과 학습(Learning),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 약력 -------------------------------------------
+ 고려대학교 경제학 학사
+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 Iowa State Univ. 경제학 박사 전공 : (산업조직)
+ 1993.01 ~ 1998.06 : 기아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 2003.10 ~ 2005.01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선임연구원
+ 2005.01 ~ 현 재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