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동안 영화계가 스타권력화로 시끄러웠다. 모 영화감독이 실명을 거론하며 몇몇 주연급 배우들의 높은 출연료와 수익지분 요구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영화계 사태가 촉발되었다. 일부 대중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스타들의 개런티가 제작비의 30%까지 차지하고 제작사 수익의 50%까지 지분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현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위기 해결책의 하나로 주연배우 3인의 출연료는 제작비의 20%를 그리고 총출연료는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샐러리 캡 (salary cap)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원래 이 제도는 미국 NBA에서 연봉총액의 상한을 규정함으로써 선수들의 지나친 몸값 상승과 일부 돈이 많은 구단의 유명선수 독점을 막기 위해 도입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나라 스타들의 출연료가 제작환경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근거자료로 5년 전 (2000년)에 비해 평균제작비는 2배 상승했지만 출연료는 무려 5배나 뛰었다는 점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스타들의 출연료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상승하게 되었는가? 일부의 지적에 따르면 배우의 협상력이 커지게 된 것은 신생 제작사가 대거 등장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제작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들 제작사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스타캐스팅을 택했고 스타캐스팅을 위해 제작사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스타들의 힘이 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타캐스팅 경쟁의 저변에는 스타기용이 영화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와 같이 불확실한 상품의 경우에는 먼저 일부의 관객이 소비를 한 후 이들을 통해 정보가 확산되면서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초기에 관객을 확보하는 것이 영화의 성공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영화제작자나 배급사들의 표현에 의하면 스타들은 영화를 걸 (open) 수 있게 하고, 그것도 많은 스크린에 걸릴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영초기의 스타의 영향력이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주리라는 믿음이 영화산업 내에 존재하는 것 같다.
스타의 기용이 어느 정도는 흥행을 보장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일정수입을 확보함으로써 안전수단으로 쓰여질 수 있으리라 여기는 것 같은데 과연 이러한 믿음들이 현실의 실증 자료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에 대한 실증연구는 없다. 비록 우리나라의 연구결과는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간접적인 시사점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문화경제학 (economics of culture)의 흥미로운 한 연구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문화경제학의 한 분야는 예술 산업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을 통계학 기법을 사용하여 연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산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예술 산업의 불확실성을 통계적 기법을 이용하여 가장 잘 보여준 경제학자들이 아써 드 베니와 데이빗 월즈 (1999, 2002)이다. 그들은 1984년부터 1996년 사이에 미국에서 상영된 2,015편의 영화를 가지고 수익의 확률분포를 추정하였다. 수익을 분포도에 찍어 보면 나타나는 특징이 대부분의 영화수익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 (그것도 양의 수익이 아니라 음의 수익을 보임) 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고 히트를 해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가져오는 영화들은 분포의 오른쪽에 일부 존재한다 (그림 1 참고). 그들은 이러한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분포로 파레토분포 (Pareto distribution)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파레토분포의 특징은 평균은 유한하나 분산이 무한대라는 점이다. 이는 특정영화의 수입이 얼마일지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들이 출연한 영화만 따로 분류해서 분포를 추정해보면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앞의 두 경제학자는 Premier지에 열거되어 있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00명의 연예인들과 A/A+급 리스트에 속한 연예인들을 스타로 분류하였다. 이 경우 역시 영화수익은 무한대의 분산을 가지는 파레토분포를 띠었다. 더욱이 스타를 기용한 영화들의 수익은 스타를 기용하지 않은 영화들의 수익보다 변화폭이 더 컸다. 그림 2에서 보는 것처럼 스타를 기용한 영화가 흥행 시에 더 큰 흑자를 보지만 참패 시에 적자폭도 컸다. 어떤 면에서는 스타가 오히려 영화투자의 위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에서도 지적하였지만 대중의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영화를 걸 수 있게 한다든가 많은 스크린에 상영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스타가 역할을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가 기용된 영화도 역시 파레토분포를 가진다는 두 경제학자의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스타가 상영 초기에 관객을 일부 유도하는 역할을 넘어 흥행까지 보장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두 연구자는 그들의 연구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관객이 영화의 흥행여부를 결정한다. 어떠한 스타의 힘이나 마케팅도 그것을 대신할 수 없다. 진정한 스타는 영화이다. (The audience makes a movie a hit and no amount of "star power" or marketing can alter that. The real star is the movie.) 우리나라의 한 중견스타도 “스타의 힘은 생각보다 크지 못하다. 영화의 흥행은 진정한 영화의 힘으로 되는 것이다. 초반에는 스타와 마케팅의 힘으로 갈 수 있지만 영화가 안 받쳐주면 절대 다음 수순으로 못 넘어 간다”라고 말했는데 (연합뉴스 2005. 6. 29.) 이는 앞의 경제학자들의 결론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위기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스타권력화가 여러 가지 불공정한 행태들을 야기한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영화 산업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들에 대한 보다 실증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영화 산업에서의 계약관행, 수익배분구조, 수직계열화의 효과에 대한 객관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영화 산업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이해에 기반을 두어 투자자와 제작자의 투자 결정과 정책당국의 산업지원정책이나 공정경쟁규제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참고 문헌
* Arthur De Vany and W. David Walls, Uncertainty in the Movie Industry: Does Star Power Reduce the Terror of the Box Office?, Journal of Cultural Economics, 1999.
** Arthur De Vany and W. David Walls, Momentum, Motion Picture Profit, and the Curse of the Superstar, Working Paper, 2002.
-- * 약 력 * -----------------------------------------------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 Michigan State University 경제학 박사 전공 : (산업조직론)
+ 1993.01 ~ 1998.05 :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원
+ 2005.07 ~ 현 재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