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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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齊家 이후에 治國하라 했는가?

  • 작성자주기인  연구위원
  • 소속국제협력연구실
  • 등록일 2005.11.21

가족 내 청소년 아이를 둔 상황에서 상당한 정도의 부부싸움은 거의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기러기 아빠니 한국 교육제도의 문제점이니 하는 보다 큰 이슈 등이 눈에 먼저 뜨이나 이런 염려는 자녀교육의 실존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여러모로 아이를 가깝게 접하고 있는 엄마가 정보와 애증도 많아 자식교육의 구체적인 조언에 있어서는 대체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식교육에 대한 부부간의 접근차이는 가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정말 있느냐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들먹거리는 부부싸움으로 번지곤 한다.

우리 집 청소년은 우선 건강해서는 고마우나, 부모가 기대하는 행동이나 처신과는 다른 자기방식을 고집하는 특징이 있다. 건강하고 공부 잘하는 데다 부모 말까지 잘 듣는 자식을 가진 부모는 정말 자랑할 만하다. 우리 아이의 경우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이에 대한 약속이 종종 안 지켜지며, 자신이 원해서 하는 행동은 부모의 기대와 다르며 또한 예측하기 힘든 점이 있다.

어쨌든 자식 잘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야 부모가 같겠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종종 피할 수 없는 갈등이 있다. 엄마는 학교 성적은 물론 사귀는 친구, 용돈 사용 및 학원 참여 등 생활의 여러 측면에 있어 아이와 보다 가까이 있어서 정보가 많다. 아이의 여러 측면을 상대적 더 잘 알고 있는 이유로 소위 아이에 대한 전문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를 항상 가깝게 접근하다 보니 잔소리가 없을 수 없다. 결혼할 때는 얌전하게 보였던 집사람이 세월이 흐르면서 특히 아이의 성장과 함께 잔소리가 늘고 다소 거칠어졌다. 어떤 때는 왜 그렇게 하냐고 물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이해할 기회도 안 준다.

아마 지금은 아이의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에 가도록 하는 것이 일차 목적인 것 같은 데, 아이의 행동거지를 알고 있으니 여러 잔소리가 더해진다. 특히 방 청소, 전화사용 행태, 귀가시간, 사귀는 친구 및 컴퓨터 활용 등에 대한 잔소리가 학습성과 향상을 위한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표현되곤 한다.

아이의 장래를 염려하는 엄마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려 하지만, 아무래도 나로서는 그 접근방법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몇 가지만 분명히 제시하여 통제하고 나머지는 아이에게 맡길 수는 없을까. 누구와 만나든지, 컴퓨터 채팅은 얼마나 하는지, 심지어 아침에 늦잠으로 지각하는 것 등은 자기 책임아래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 입장에서는 그렇게 놓아둘 수는 없는가 보다. 그래서 잔소리가 나가면 둘에 하나는 아이로부터 대응이 있고, 그 반응이 지나치면 다소 멀리 있던 아빠도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다가 가끔 그 논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나로서는 그 효과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우선 자기 문제는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며,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는 잔소리는 부적절한 간섭으로 여겨질 수 있고, 이는 아이의 다른 형태의 의도적 일탈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식교육을 둘러싼 나의 최근 경험이 요즘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규제 부처간 갈등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아 흥미롭다. 간략히 말하면 논란의 핵심이 전문 규제기관과 일반경쟁 규제기관간의 역할갈등에 있는 것 같다.

주요 통신서비스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근하고 사업자간 경쟁양상도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사업자간 불공정경쟁 문제에 규제기관들의 관심이 크다. 단말기보조금 금지 및 요금 등 관련규제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규제기관 모두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고 열심인 것 같은 데 사업자 입장에서는 부모의 간섭이 지나치거나 적어도 둘 중에 누구를 먼저 따라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잘못하여 부모 중 한 사람이 혼을 내면 다른 사람은 모른 척하거나 아니면 그냥 넘어가 주곤 하는데, 사업자와 규제기관간의 관계에서는 그렇게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라면 아이를 더 잘 안다고 혼자서만 처리하려 하지도, 또는 책임 운운하며 이미 혼나고 있는 아이에 버릇을 고친다며 추가적으로 매를 들려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상 산업의 특성 및 사업자 행태에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진 전문 규제기관이나 전반적인 경쟁환경 조성을 통해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일반경쟁 규제기관 모두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역할차이의 갈등을 스스로 조정할 수 없으면, 자식으로서는 부모가 너무해 보이며 이는 부모의 권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 더구나 부모 간에 서로 매를 세게 듦으로써 자식에 대한 상대적 권위를 높이려는 경쟁 같은 양상은 거의 파괴적으로 보일 수 있다.

엄마와 아빠는 부부로서 서로 역할구분이 있으나, 근본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에 스스로 집안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참 난감한 경우가 많다. 이는 우선 가족의 어르신부터 심지어 법원의 결정 등 다양한 폭의 조정이 수반될 수 있다. 따라서 집안 문제는 부부 당사자간 화해와 조정이 기본이다. 자식을 두고 스스로 조정할 수 없는 부모를 자식이 어떻게 제대로 따르겠는가. 부모의 책임과 권한에 연연하여 부부간의 대화가 아닌 자식에 대한 체벌로써 자신의 의중을 간접 전달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양상은 아이가 부모를 신뢰하고 그 권위로서 말을 따르게 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 규제기관의 규제마찰은 권위의 순서논쟁이 아닌 통상의 부부관계처럼 우선 양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상대의 역할과 관점을 존중하고 받아들이고자 할 때 해결될 수 있다. ‘내가 낳은 아이니 당신은 가만 있으시요' 한다든지, ‘당신의 접근방법은 아무래도 틀리니 내 방식대로 하겠소' 하고 고집 부린다면 부부간의 갈등은 부정적인 마찰밖에 지나지 않는다.

정보통신 분야는 사실 우리 사회의 상대적으로 잘 키워진 몇 안 되는 영역으로 향후 보다 자랑스럽게 키워야 할 소중한 대상임에 분명하다. 부모의 욕심을 자제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자식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계속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접근방법도 달라져야 하겠지만, 옛 성현의 먼저 修身하고 그리고 齊家한 연후에 治國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씀에 공감과 그 지혜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 약력 *--------------------------

+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 University of Minnesota at Twin Cities 사회학과 석사, 박사
+ University of Minnesota at Twin Cities 통계학과 석사
+ University of Washington Business School(Mgmt & Strgy) Visiting Scholar
+ 1995.03 ~ 현 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국제협력연구실 연구위원
+ 2004.08 ~ 2005.10 : 국무조정실 규제개혁기획단 전문위원(정보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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