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태평양 연안 21개국 정상이 참가하는 국제행사, 2005 APEC 정상회의가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APEC이라는 큰 행사와 관계를 찾기 어려운 나도 이렇게 설레고 기분이 좋은데, 하물며 준비하는 많은 분들과 개최 도시 부산 시민들은 어떤 기분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번 정상회의 기간 동안 BEXCO에서 있을 IT전시관을 견학하게 되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기회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전시관을 견학하고 싶다고 자청하던 그 순간부터 내게 이 가을, 부산은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오래지 않아 도착한 부산은 APEC 정상회의 깃발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어디로 모두 숨었는지? 뉴스로 줄곧 전해 듣던 그 철통 같은 수비 때문이었는지, 행사가 열리는 BEXCO 주변은 큰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의심할 만큼 한산한 모습이다. 하지만 IT전시관으로 향하는 사람들 마음 속은 주변 모습과는 반대로 나름의 기대로 가득 차 있었으리라.
내가 다녀온 IT전시관은 APEC 사상 처음 준비한 것으로, 우리 나라의 앞선 “유비쿼터스 세상”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IT강국=KOREA”라는 공식이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 한국IT의 자랑 중 하나일 듯. 각 기업, 부처는 전시회를 통해 “Ubiquitous Korea”를 특색있게 보여주었다.
화려하게 단장한 Highlight Zone이 방문객을 맞이하며 시작한다. 미래 가정-학교-사회가 연계된 교육의 모습을 보여주는 “e-Learning관”, 부산항의 입체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첨단 IT 모습을 보여주는 U-port관, 다양한 로봇의 형태를 체험하게 해주는 로봇관, 전자정부시스템을 일반인들이 체험하게끔 구성된 “전자정부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캐릭터와 인기드라마 등으로 관심을 끄는 “문화콘텐츠관”, 미래 의료환경의 첨단을 보여주는 “e-Health관”, e-Trade를 구현한 “전자무역관”… 이 8개의 주제관을 지나 뒷편에는 우리나라 IT를 리드하는 기업들의 첨단 기술과 서비스, 기기를 볼 수 있는 기업관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람의 관심이 그 사람의 발길을 결정하는 곳 , IT전시관! 단체로 전시관을 견학 온 학생들은 e-learning관으로, 의료분야의 유비쿼터스는 어떤 모습인지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은 e-health 관으로… 제 각각의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워낙 신기한 것을 보면 이것저것 알고 싶어 호기심이 발동하는 나는, VIP Lounge에서 어딜 둘러볼까 망설이다 그저, “동선대로” 움직이기로 결심한다. 하나도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라 생각했던게다.
주제관 중 많은 이의 관심을 끌었던 곳은 당연히 “로봇관”이었다. 신문에서 봤던 “앨버트 휴보”를 실제로 보니, 표정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던데 내가 보기엔 상당히 졸려 보였다…아인슈타인 박사님, 계속 스포트라이트를 받으셔서 피곤하셨던건지... 로봇관은 앨버트 휴보 말고도 바텐더 서빙이나 유치원에서 율동을 하는 어린이 로봇이 사람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유치원선생님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로봇들의 귀여운 모습. 노래가 빠르다며 투정을 부리는 로봇의 다리떨기는 정말 웃음이 나왔다.
많은 주제관 중 나의 관심은 전자정부관으로 옮겨졌다 . 대한민국전자정부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시스템이라고 들었다. 이 주제관 또한 우리의 앞선 전자정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보화 소외지역에 초고속 인터넷 이용환경을 조성하고 마을별로 정보콘텐츠를 구축한 “정보화마을”은 우리나라 지도에 각각의 특색에 맞게 마을 이름을 붙여 한눈에 들어오도록 표현했다. 정보격차라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 있어 좋은 사례임을 입증받은 점, 높은 수준의 전자행정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눈이 갔다.
이제는 기업관으로 ~. 주제관이 각 분야에서의 유비쿼터스 세상을 보여줬다면, 기업관은 그야말로 고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102인치 PDP TV를 입구에 배치해 선보인 LG, 삼성전자. 이 두 기업관에서는 첨단 통신기기와 가전제품으로 좋은 마케팅 기회를 놓치지 않는 듯 했다. 기업관에서 단연 인기는 위성DMB폰! 손안의 TV시대, 화질이나 디자인 면에서 눈길을 끄는 제품들이었다.
한편 SK Telecom과 KT/KTF에서 준비한 것은 디지털로 구현된 Ubiquitous Life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체험해 본 휴대폰 화상 통화는 음감이나 화질 면에서 손색이 없었고, RFID기술로 구현되는 각종 서비스 체험이나 Digital Home은 이제 더 많은 디지털세상이 우리 생활로 들어올 것이라는 점을 느끼게 해주었다. 일상생활뿐이겠는가, 우리의 비즈니스 공간에서도 지금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 눈으로 확인되었다. 실제로 WiBro나 위성DMB 서비스가 행사장 일대에서 체험서비스를 선보였던 점은, 비록 한정적 대상을 기준으로 한 시연이었다 해도 기술을 보다 잘 알리기에 좋은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최근 많이 들을 수 있는 다양한 IT기술 용어가 일반인들 또는 나처럼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그것 모두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을 인지한다면 더 이상 유비쿼터스를 지향하는 많은 기술들은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다.
많은 사람을 상대로 자랑하고 싶은 기술이 많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 그 중에서도 미래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고 있음을 확인케 해주는 우리의 IT기술은 어디에 내놓아도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주어진 일정이 있었기에 더 오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그리고 엄격한 통제로 인해 행사장을 포함한 부산의 정취를 많이 느낄 수 없었던 점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한 공간에서 다양한 미래의 모습과 IT 발전상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행사를 준비한 각 부처나 기업, 그리고 전체적으로 APEC 행사를 이끄는 사람들의 노력 하나하나가 모여 이번 행사를 잘 치러내지 않았나 싶다.
APEC 정상회의가 끝난 지금, 여전히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즐거운 기사를 보곤 한다. 질타도 있었겠지만 칭찬이 많은 만큼, 모두가 공감하고 칭찬할 수 있는 IT 서비스가 내 가까이에 오는 날을 그려봐야겠다.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