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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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우편의 퇴장을 보는 소회

  • 작성자최중범  책임연구원
  • 소속우정경영연구센터
  • 등록일 2006.01.09



지난 12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지만, 워낙 큰 뉴스에 가려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였을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우정사업본부가 빠른우편의 폐지 방침을 정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 중에 있으며 빠르면 금년 2월부터는 동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빠른우편은 접수 다음날 배달을 보장하는 서비스로 1994년 도입되었습니다. 빠른우편은 과거 우편물의 내용에 따라 행해지던 종별 구분을 송달 속도를 기준으로 하는 체계로 전환하면서 보통우편과 함께 도입된 것입니다.

믿어지지 않지만, 과거 내용을 기준으로 한 우편종별체계 아래서 우편이용자는 자신이 발송한 우편물이 언제쯤 수취인에게 배달될 것인가를 예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였습니다. 오늘 발송한 우편물이 며칠 후 수취인에게 도착할 것인가를 예상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우편서비스의 정시성에 달려있습니다. 물론 우편서비스의 정시성 유무가 우편종별체계가 내용을 기준으로 하는가 아니면 속도를 기준으로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과거 내용을 기준으로 한 우편종별체계 아래서는 우편물의 송달 속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송달 지연이 발생할 경우 그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우편사업은 전국적으로 우편물의 송달 속도를 가늠할만한 적절한 체제를 확립하지 못하였던 게 사실입니다.

송달 속도를 기준으로 한 우편종별체계, 즉 빠른우편과 보통우편의 도입은 우편서비스의 정시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종별체계가 도입된 이후 우편물의 송달 속도는 전문 조사 기관에 의해 정교한 방식에 따라 정기적으로 측정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우정사업본부 경영실적의 중요 항목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송달 속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우편서비스 품질의 눈부신 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우편 이용자는 발송한 우편물이 언제쯤 수취인에게 도달할지를 자신이 선택한 서비스와 우정사업본부가 고시한 송달 기준 이행률에 따라 예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서의 뉴스는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속도를 기준으로 한 우편종별체계에서 빠른우편을 폐지한다는 것입니다. 폐지 배경으로는 빠른우편의 이용량이 매우 적은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빠른우편 물량이 과소한 결과 송달 속도 측면에서 빠른우편과 보통우편의 차이가 애초 의도하였던 것처럼 분명치 않게 되었고, 비용 측면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사업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빠른우편 물량이 과소하다는 것은 제도 운영의 부담인 게 분명합니다. 아울러 송달 속도를 기준으로 하는 우편종별체계는 과부하요금제의 성격을 지니는 것인데, 빠른우편 물량이 과소하다는 것은 과부하기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제도 유지의 논리적 근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빠른우편의 폐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우편물은 발송 이전에 상당한 시간을 갖고 작성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정시성만 유지될 수 있다면 절대적인 송달 속도(신속성)는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특정 시점에 수취인이 우편물을 받아 보기를 원한다면, 우편이용자는 송달 속도를 감안하여 우편물을 미리 작성하여 발송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확립된 우편물 송달 속도에 대한 관심이 향후에도 지속된다면 빠른우편의 폐지가 우편서비스의 정시성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빠른우편 폐지에 따르는 서비스 수준 저하 우려는 기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하고자 하는 것은 빠른우편의 폐지라는 정책 결정의 불가피성이나 적절성에 대한 판단이 아닙니다.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대부분 그러하지만 송달 속도를 기준으로 한 우편종별체계를 도입하기에 앞서서도 연구가 있었습니다. 그 연구에서는 당연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수요가 어떠할 지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연구는 전체 우편물량에서 빠른우편이 차지하는 비중을 제도 도입 이후 실현된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송달 속도를 기준으로 한 우편종별체계에서 빠른우편이 폐지될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이용량의 과소가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연구에 참여하였던 저로서는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의 수요를 추정하는 것은 더 그러합니다. 그래서 추정치가 실제와 다르더라도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없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우편과 관련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우편수요에 대한 이해도 충분치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울러 우편물 처리 프로세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집중국은 하나뿐이었고 몇 개나 더 생길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의 활용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하기에는 거리가 있었으며, 오늘날 우편을 거의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문언 통신수단으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신속성 측면에서는 우편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이메일 사용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조차 하지 못하였습니다. 추정치가 실제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자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당시 정책 결정이 연구에서 추정한 수요 예측에만 의존하여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어찌 되었던 송달 속도를 기준으로 한 종별체계의 도입을 통해 우편서비스의 정시성이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떤 제도이건 10년 이상 운영하였다면 바꾸어 볼 때가 되었다는 억지스러운 논리를 들어 스스로를 위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추정이 정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인가,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좀더 신중해야 했던 것은 아닌가, 그래서 실제에 좀더 근접하는 추정치를 제시하였다면 송달 속도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우편종별체계의 모습이 현행과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였다면 지금 특정한 서비스를 폐지해야 하는 상황은 초래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식의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아직도 저는 연구를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수행하는 연구는 앞으로도 크던 작던, 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 간에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 결정은 저를 포함한 우리 생활의 일부를 좌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10년쯤 후 지금의 연구 성과는 어떠한 의미를 지닐지, 어떻게 평가될지, 빠른우편의 퇴장을 바라보면서 갖는 회한이 되풀이되지는 않을지......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 집니다.

빠른우편의 퇴장 소식이 끄집어낸 과거 연구에 대한 기억은 저를 타성에 젖어 맞이하였을 병술년에 새롭게 다가서게 하고 있습니다.

-- 약력 ----------------------------

+ 성균관대학교 무역학과 학사 전공 : (무역학)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무역학과 석사 전공 : (무역학)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무역학과 박사 전공 : (국제경제학)
+ 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 부서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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