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2차 협상이 비상한 관심 속에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ㆍ미 양측은 1차 워싱턴 협상에서 전반적으로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 협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1차 협상인 만큼 양측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확인한 정도의 협상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실질적인 협상은 2차 협상부터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에서 IT부문 대응전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조업 분야의 대표적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경우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핵심적 기술 요소들은 20세기 초반에 대부분 개발됐으며,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디자인이나 부가 기능 면에서의 변화 외에 그 기본적 기술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IT부문은 기술의 라이프사이클이 유난히 짧다.
세계적 기준과 시장추이에 따라가지 못 할 경우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 도 있는 분야이다. 그래서 통신 상품 분야에서만큼은 우리는 이전부터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구해 왔으며,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앞세운 히트 상품을 연달아 내놓아 미국 등 굴지의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이루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통신서비스 분야는 아직까지 내수산업에 치우쳐져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통신서비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해외시장 진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몇 개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해외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하였으나, 거대 글로벌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버티고 있는 세계시장은 만만치 않다.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이면서 자본력도 미미한 우리나라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유일한 경쟁력은 앞선 기술력뿐이다.
최근에 SK텔레콤은 미국의 스프린트사와 합작으로 무선재판매서비스 사업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KTF는 독일의 대표적 이동통신사업자 T-모바일과 3G서비스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협의중이다. 이는 우리의 첨단 이동통신 기술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문제는 해외시장 진출에는 기술력 하나만 갖고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일단 사업자의 마케팅 능력 등 현지 시장진출 능력이 있어야겠지만, 상대국 시장에의 활동을 법ㆍ제도적으로 보장받아야 된다.
통신서비스는 그 특성상 진출 시장의 규범 및 규제 틀 안에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상대국의 규범 및 제도가 자국 사업자와 외국사업자간에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 양국 간의 통상규범적 약속을 담은 무역협정의 역할은 매우 크다. 무역협정을 통해 양국이 상대국에게 보장하는 서비스 교역과 관련된 법ㆍ제도의 내용 및 그 범위를 명확하게 하여 상대국 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에게 예측 가능성 및 투명성을 제공하고, 분쟁 시 제소 방법 등 분쟁해결의 규범적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ㆍ미 FTA협상에서는 통신서비스 협정문이 포함될 것이다. 이 협정문에는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의무 및 권리에 대한 구체적 원칙을 담고 있다. 이는 미국 사업자들이 국내 통신시장에 진출 시 주장할 원칙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업자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 시 보장받을 수 있는 내용도 담긴다. 우리나라의 통신서비스 분야는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첨단기술력 확보를 통해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다. 따라서 미국시장 진출 등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ㆍ미 FTA협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우리 경제가 21세기 무한경쟁 세계에서 더 성장,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긍정적 문제의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 약력 -------------------------------------------
+ 캐나다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국제관계학 학사
+ 연세대학교 Graduate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 정치학 석사 전공 : (정치경제학)
+ 美 Northwestern University 정치학 박사 전공 : (국제정치경제학)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디지털포럼'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