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논의가 뜨겁다. 개방을 통한 자유경쟁 환경에서 맞닥뜨릴 현실과 미래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다. 미래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담보하기 위한 개방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견은 완전경쟁에 대한 두려움과 경쟁력 미흡에 대한 고백으로 요약될 가능성이 높다. 개방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는 현실은 '개방이 더 이상 선택 문제가 아닌 생존 문제'라는 점을 확인시킨다. 이웃들의 외면을 감수하며 나 홀로 문을 걸어잠근 채 상대방 문을 드나들며 이익을 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개방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쇄국의 길을 통해 성공한 국가가 없었던 역사는 개방의 당위성을 부각시킨다. 따라서 우리의 고민은 적극적으로 개방을 이용해 성공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수동적으로 개방에 이끌려 쇄락의길을 걸을 것인가에 모아져야 한다. 96년 유통업 개방 당시 적지 않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개방 이후 10여 년 동안 국내 업체들은 외국 대형 할인점을 상대로 한 경쟁 속에서 경쟁력과 성장 노하우를 축적해 우리의 유통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보호막에 의지하는 불안한 현실을 벗고 자구 노력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당당히 경쟁에 나선 결과, 미래 가치 제고는 물론 비전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한ㆍ미 FTA 제2차 본협상이 10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 작성한 통합협정문을 토대로 분야별 개방 폭과 관세율, 유예기간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이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제1차 협상은 전반적으로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협의를 진행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1차 협상인 만큼 양측 입장에 대한 이해를 확인한 정도의 협상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실질적 협상은 2차 협상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한ㆍ미 FTA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서비스산업의 혁신을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산업에서 보듯 서비스 분야도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제조업 등 여타 산업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확산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전방위 효과'에 대한 기대도 있다. 이 같은 전방위 효과는 특히 정보기술(IT) 부문에서 가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고도화된 IT 인프라스트럭처를 바탕으로 다양한 첨단기술을 응용한 IT 비즈니스 솔루션, 제품ㆍ서비스 등장은 우리 경제가 21세기 무한경쟁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체질 강화에 필수적이다. 한ㆍ미 FTA는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갖춘 미국을 상대로 한 경쟁을 통해 우리의 서비스 분야와 IT 부문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IT 부문에서의 쟁점은 통신서비스 쪽으로 모아진다. 외교통상부의 협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통신사업자들에게 기술표준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는, 즉 정부 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기술 선택의 유연성 조항'의 수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인정하는 공공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정부의 정당한 역할을 부인하는 조항이며 우리나라 통신 부문의 기술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나아가 제2의 와이브로(Wibro)나 위피(WIPI) 같은 최첨단 통신서비스 기술개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개방에 따른 고민과 숙제는 존재한다. 한ㆍ미 FTA는 여타 FTA와 달리 우리 경제에 미칠 정치적ㆍ경제적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관련 분야의 실질적 이해를 고려한 신중한 협상전략 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분야별 세심한 보완점마련도 요구된다. 그러나 고민과 숙제의 난해성을 이유로 변화의 동인인 개방을 피할 수는 없다. 성장과 발전을 위한 변화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또한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를 강요당하는 시대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 대응을 통해 변화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 본 칼럼은 매일경제 7월 11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