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닷컴버블’의 붕괴를 겪으면서 IT산업 성장세는 다소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IT를 동력으로 하는 경제성장과 산업구조 고도화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동통신이나 인터넷 서비스 잠재수요가 충분했기 때문에 수요를 충족하는 기술을 시장에 내놓는, 비교적 손쉬운 방법으로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이 수요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구빌 교수는 “기술혁신이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10%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애플의 디자인담당 부사장인 아이브는 “컴퓨터산업은 창조성 면에서 파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까지 말했다. 이제 기술만으로 성공하기 어렵고 기술과 ‘그 무엇’이 결합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많은 경영자들이 ‘그 무엇’이라는 게 ‘창조성’이나 ‘문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남들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할 때, ‘창조적 파괴’를 통해 무언가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 90년대 말 검색시장이 거대 포털들에 의해 정리되었다고 여겨질 때, 구글 창업자들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탁월한 검색기능과 함께 기존 사업모델로부터 과감하게 탈피한 개방적 플랫폼으로 시장을 장악했던 것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 도 기존 가전 개념의 MP3 플레이어에서 벗어나 ‘아이포드’에 정보기기 개념을 도입, 소비자 마음에 다가서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 같은 변화들은 이제 IT산업이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학자 슘페터가 도입한 ‘창조적 파괴’는 기존 기술과 경영방식이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이르면 혁신적 기업가가 나타나 낡은 것을 파괴·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켜 다시 이윤이 창출되고 경제가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IT산업에서 시작한 21세기 창조적 파괴가 모든 산업 분야의 창조적 파괴를 촉진할 것이다. IT가 모든 산업 발전을 이끄는 기반 기술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IT가 자동차 주요 부품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동차 자체를 운전자의 대화 상대로 만들고 있다. 유통업 개념도 바뀐다. 생산된 물건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던 데서 벗어나 IT를 이용해 소비자와 생산자를 이웃이나 친척처럼 묶어주는 플랫폼과 같은 개념으로 발전할 태세다. 자유무역협정(FTA)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을 농수산업의 경우에도 이 같은 개념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 창의력, 문화를 디지털 기술로 구현하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 21세기 산업 전반의 혁신과 선진화를 이끌 것이다. 그동안 축적한 IT 역량과 경험을 고려할 때 우리가 바로 그 중심에 설 잠재적 능력자다.
창조적 IT전략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21세기 한국산업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자.
* 본 칼럼은 전자신문 4월 30일(월, 4면) [가자 IT코리아 2.0]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