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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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와 통신협상의 교훈

  • 작성자석호익  원장
  • 소속원장실
  • 등록일 2007.05.11

지구촌 시장이 숨가쁘다. 국가별지역별 울타리를 제거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자유로운 교역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발걸음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부존자원이 아닌 수출경쟁력을 통해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까닭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 이어 유럽을 상대로 발빠른 FTA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흐름에 `끌려가기' 보다, 흐름을 `이끌어 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미 FTA협상 타결과 한EU FTA 협상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6년 전 "한국정부가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화에 개입할 경우 통상마찰이 초래될 수 있다"고 언급한 미 무역대표부(USTR)의 서신이 떠올랐다. 실제 서신을 기화로 통신분야 기술표준정책에 관한 양국간의 시각차는 WIPI와, 이어진 WiBro를 둘러싼 통상마찰로 비화됐다. 기억 탓일까. 한미 FTA 타결 소식은 14개월간의 협상이 아닌, 마치 6년간의 기나긴 협상이 마침내 합의점을 찾은 것처럼 다가왔다.

미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통신분야에서는 정부단일표준(강제표준)을 채택할 수 없게 됐다. 퀄컴과 인텔과 같은 자국 기업들이 통신시장 주도권을 둘러싸고 표준전쟁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다른 경쟁상대국들도 통신분야에서 강제표준 제정에 나서지 못하도록 WTO, FTA, APEC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기술선택의 자율성'을 주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자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술선택의 자율성' 보장을 강력히 요구했고, 협상의 최대 쟁점 중의 하나로 부각되기도 했다. 결국 한미 양국은 `정부의 기술표준정책 추진권한'을 인정하되, 표준제정시 외국 사업자에게도 다양한 의견개진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최종 합의했다.

미국이 내심 원했던 것은 표준화과정에서의 투명성 제고를 통한 자국인 이해의 반영이었다. 우리 정부는 이를 보장하는 모양을 통해 오랫동안 부당하게 표준화과정에 개입해 왔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양국은 이번 협상과정에서 자국의 입장만을 고수하지 않고, 양국간 내면의 이해관계를 살펴 진정으로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힘썼다. 이는 균형 있는 협상이 이뤄질 수 있는 이유로 작용했다.

한미 FTA 협상타결 직후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각계 전문가들은 협상을 가장 잘한 분야로 통신분야를 꼽았다. 우선 협상 내내 근거 없는 통신 빅딜설이 흘러나오는 등 자칫 밀릴 수 있었던 협상분위기 속에서도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 49%를 지켜냈다. 아울러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디지털 TV와 LCD 모니터 등에서 관세철폐를 얻어낸 것도 균형 있는 협상의 근거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 제품은 현재 미국시장에서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럽 시장 또한 한중일 간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은 미국과 EU를 상대로 한 FTA 협상이 `샌드위치 한국'을 벗어날 돌파구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IT제품, 섬유ㆍ의류, 운송장비,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등 분야에 대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거는 기대는 사뭇 진지하다.

우선 14개월간의 대장정을 통해 마무리된 한미 FTA가 빠른 시일 내에 발효돼 우리 중소기업들의 소망이 조속히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유럽시장을 겨냥한 협상이 대한민국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의미있는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물론 희망과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늘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협상 타결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될 국민들의 양해와 동의를 구하기 위한 배려와 대책 마련에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5월 11일(금, 22면) [디지털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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