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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사회, 다중적 공간가치 창출

  • 작성자황주성  연구위원
  • 소속미래전략연구실
  • 등록일 2007.05.28

스위스계 글로벌 금융회사의 한 TV광고에는 뉴욕 중심가의 상점이 4시간마다 베이커리-부티크-까페 등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바꾸는 미래상이 나온다. 아직은 낯선 이러한 다중적 공간을 우리는 이미 매일 경험하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3G·와이브로의 보급으로 이동통신은 우리의 삶을 보다 다이내믹하게 만들고 있지만, 휴대전화는 이미 인간사회에 획기적 변화를 주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공간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전기통신의 발달 이후 인간은 거리를 초월하여 교통과 정보를 주고받아 왔지만 통신 사각지대를 피할 수 없었다. 휴대폰의 등장은 ‘이동 중의 연결성’을 제공함으로써 인간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시공을 관리하게 되는 모바일 사회를 도래시켰다.

우선 시공을 조직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대략의 지역 또는 시간대만 정하고도 이동 중에 통신을 통해 접점을 정해가는 ‘유연한 만남’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전역이거든, 이번 열차 2-3칸에 타”라는 007식 랑데뷰도 이미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사전 약속에 구애받지 않고 순간순간의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변화시키고 이에 따라 일정을 조정해나가는 ‘실시간 생활양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핀란드의 사회학자 코포마는 이동통신에 의한 미시적 조정이 고도화될 경우 일상생활의 여러 부분들이 마치 한편의 매스게임처럼 ‘끊임없는 연속적 흐름’으로 짜여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동통신이 인간을 공간으로부터 해방시킨 또 다른 측면은 근대적 공간 개념을 해체한 것이다. 근대화는 특정한 기능이나 활동을 위한 전용공간을 분화시켰다. 집·사무실·식당·커피숍 등은 그 속에서 특정한 활동과 상호작용을 요구함으로써 장소성을 띠게 된다. 하지만 이제 공간의 장소화가 원격에서 이루어짐으로써 동일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장소성이 발현될 수 있게 되었다. 레스토랑은 친구와의 통화중에는 사교 배경장소가 되고 커피숍은 무선랜으로 회사에 접속하는 동안에는 일종의 위성사무실로 전환될 수 있다. 미래에 뉴욕의 도심상점이 보여줄 다중적 공간을 우리는 이미 이동통신에 접하는 순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관계 형성에서도 휴대폰의 영향은 적지 않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연고에 의존하는 전통적 관계 못지 않게 언제든 필요에 따라 즉각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모바일 친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 특히 문자메시지는 일상생활 중 통신을 하기 어려운 시간, 즉 이동·회의·영화관람 중과 같은 통신의 공백기에도 연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숨·미소·눈짓 등 이모티콘이나 간단한 단어를 통해 연결도 단절도 아닌 ‘가상적 공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이동통신은 인간에게 보다 많은 자유와 풍요로움을 주고 있다. 개인정보의 유출 등 부작용에 대비하면서, 모바일사회가 일구어 나갈 미래사회상에 대해 보다 입체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해나갈 때다.

* 본 칼럼은 전자신문 5월 28일(월, 4면)[가자 IT코리아 2.0]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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