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005년’, 전 세계는 미국 제국, 유럽 제국, 동북아 제국이라는 3개 제국 간 치열한 경제전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시나리오 기획 분야에서 대가로 꼽히는 미래학자 피터 슈와츠는 지난 95년 10년 뒤를 내다보며 이렇게 예측했다. 그의 예언대로 유럽은 유럽연합(EU),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막강한 경제블록을 형성하며 공동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중국·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만은 아직 블록 체제로 가지 못하고 미국과 유럽연합과의 경제·외교전쟁에서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신생제국화, 블록화라는 미래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탓이다. 이번 한미FTA만 해도 한국 단독으로가 아니라 동북아 블록으로 미국과 협상을 했다면 그 결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간에는 분명 승패가 엇갈린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현안에만 집착해 국가와 민족의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려놓지 못하면, 언제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하에 이미 영국은 총리실 산하에 ‘미래전략청’(PMSU)을 두고 정부의 미래전략을 총괄하고 있으며, 미국은 ‘국립과학재단’(NSF)을 중심으로 20∼30년 후의 기술과 사회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소강국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미래연구의 체계와 미래시나리오방법론(TAIDA) 같은 미래연구방법론이 정립되어 있는 것 또한 우연은 아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 8월 미래대비 마스터플랜인 ‘함께 가는 희망한국, 비전 2030’을 발표하고 부처별로 20∼30년 후의 정책 구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는 우리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국가적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더구나 21세기 들어 IT가 현기증 날 정도로 빠르게 진화함에 따라 우리의 현실이 매일 달라지고 있어 미래가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미래연구다. 국가의 미래비전을 수립하는 것은 미래연구를 실천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미래연구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과에 조급해 하지 않는 지혜다. 분명 미래연구의 결과는 우리가 투여할 비용과 노력에 보답할 것이다. 단 바로바로 그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미래를 내다보는 상상력으로 비행기를 설계한 후, 500년이 지나서야 실제로 비행기가 만들어졌다. 지금 결과물을 볼 수 없다고, 그 결과가 천천히 나타난다고 조급해 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일 것이다.
* 본 칼럼은 전자신문 6월 5일(월, 4면)[가자 IT코리아 2.0]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