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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미래 어둡게 하는 '지식검색'

  • 작성자최항섭  연구위원
  • 소속미래전략연구실
  • 등록일 2007.06.11

“수업시간에 가상현실에 대한 사례조사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했더니 40명 학생들 중 두세 명 빼고 모두 동일한 내용의 리포트를 제출했습니다. 거의 다 영화 매트릭스에 대한 내용을 제출했어요. 그리고 매트릭스가 왜 가상현실에 관한 것인가에 대한 논리전개 역시 동일했습니다. 짚히는 데가 있었죠. 포털 지식검색에서 ‘가상현실’을 검색하니, 첫 페이지에 대부분 매트릭스에 대한 내용이 가득했습니다. 정말 한숨이 나왔습니다.”

얼마 전 한 교수로부터 들은 푸념이다. 인터넷이 가져온 가장 큰 도우미로서 지식검색을 꼽는 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중학생 이상 한국인의 95%가 지식검색을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평발은 왜 걷기 힘들까’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 방법은’ ‘잘 없어지는 않는 팝업창을 없애는 법’ 등 우리는 일상에서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지식검색을 이용하여 얻고 있다. 
 
 
지식검색은 이제 우리에게 산소와 같은 것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학습 시대가 열리면서 이제는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지식검색을 이용해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 고령자들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외국어나 컴퓨터 다루는 법을 지식검색을 통해 배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지식검색이 가지는 지식의 중복성과 얕음이다. 전 세계 지식의 판도를 바꾸어 놓고 있는 구글이나 위키피디아와는 다르게 우리의 지식검색은 거의 전적으로 일반사용자들의 묻고 답변하기에만 의존하면서 성장하였다. 이는 심층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웹페이지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인해 지식의 공급을 사용자들에게 맡기고 포털은 그 공간과 기회만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사용자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일상에서 곧바로 필요한 상식과 정보는 그야말로 못 찾는 것이 없게 되었다. 그런데 제시된 답변은 발췌·요약한 것,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디서 들은 것 등이 대부분이다. 그 내용도 심할 정도로 다른 답변들을 베껴서 그대로 올려놓는다.

‘공부 잘하는 방법’을 검색하면 무려 7만 여건의 답변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그 많은 답변 대부분은 거의 유사한 것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베낀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자료 중 대학생이 올린 자료를 보면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어떤 이의 리포트 몇 개를 대충 편집해서 제목만 바꾸어 올려놓고 유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자라나고 배우는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 스스로 해결하고 만들어가는 능력이다. 그런데 인터넷 입력창에 키워드를 치면 나타나는 답변을 자신의 것으로 제시하는 습관은 창조력을 사장시켜 버리는 일이다. 지식검색 결과가 지금처럼 얕고 요약됐으며, 창조적인게 아니라 복제된 것만이 난무하게 된다면 한국교육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 본 칼럼은 전자신문 6월 22일(월, 4면)[가자 IT코리아 2.0]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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