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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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서비스와 규모·범위의 경제

  • 작성자나성현  책임연구원
  • 소속방송통신정책연구실
  • 등록일 2009.04.07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는 생산량을 증가시킬수록 재화 1단위의 생산에 필요한 장기평균비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경우 경제 전체적으로 요구되는 산출물을 생산함에 있어 단 하나의 기업이 생산에 종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임에 따라 규모의 경제는 특정산업의 자연독점성(natural monopoly)을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통신산업은 철도, 전기 등과 함께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산업으로 이해되어 왔으며, 과거 국영기업에 의한 독점체제가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라는 시대적 조류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기존 국영기업의 민영화 및 통신시장의 경쟁도입 노력이 진행되어 왔다. 나라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통신시장 경쟁도입이라는 실험은 네트워크 고도화 등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성취하기 힘들었던 정책목표들을 시장의 힘에 의해 달성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통신산업에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한 인위적인 경쟁구도 형성을 위한 노력이 쉽사리 그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1984년 DOJ의 수정동의판결(Modified Final Judgement)에 따라 AT&T는 7개의 지역독점사업자로 분할되었지만, 이들 지역사업자들이 거듭된 M&A에 따라 AT&T와 Verizon이라는 거대통신사업자로 재탄생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와 더불어 통신기업의 거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통신시장내에 존재하는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라고 할 수 있다. 범위의 경제는 한 기업이 두 가지 이상의 제품을 함께 생산할 경우, 각 제품을 다른 기업이 각각 생산할 때보다 평균비용이 적게 드는 현상을 말한다. 규모의 경제가 통신시장의 전통적인 특성이었다면, 범위의 경제는 최근의 기술진보, 융합에 따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통신산업의 특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네트워크의 All-IP화, 유무선융합 등 기술진보는 유무선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사업자가 그렇지 않은 사업자와 비교해 비용절감이라는 범위의 경제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규모·범위의 경제가 통신서비스의 근본적인 특성이라고 할 때, 현재 통신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통신사업자간 M&A에 대해 시장집중도의 증가 등 경쟁법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거대사업자의 탄생, 경제력 집중이라는 부정적 요소를 부각, 규모·범위의 경제에 따른 국민경제 전체적인 효율성 증가의 기회를 상실하게 하는 오류를 야기할 수도 있다.

다행히도 최근 KT-KTF 합병을 둘러싼 많은 논란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는 융합의 촉진이라는 합병의 순효과를 상당부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즉, 융합이라는 환경변화를 인정할 때 유무선결합 등 사업자의 거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보이며, 문제는 M&A 등 사업자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하되, 구체적인 경쟁제한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바람직한 경쟁환경을 유지하려는 것이 규제기관의 바람직한 태도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며, 두 규제기관은 이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방송통신시장은 융합 및 규제완화에 따라 M&A의 시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며, KT-KTF 합병에서 보여준 두 기관의 태도가 다른 방송, 통신사업자간의 합병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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