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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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융합은 왜 해야 하는가?

  • 작성자황주성  연구위원
  • 소속미래융합전략연구실
  • 등록일 2009.04.21

우리는 때로 너무도 자명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당황해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은 왜 사는가, 도시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나, 풀과 나무는 어떻게 다른가, 사람은 왜 다른 동물과는 달리 문명을 갖게 되었는가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가 너무도 당연시하다보니 생략해버리거나 잊어버린 본질적인 가정이나 요소들을 되찾아내 수 있게 해 준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둘러싼 최근의 논의를 지켜보면서 방통융합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통융합은 왜 해야 하는가?’ ‘방통융합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방통융합은 본질적으로 인간에게 가치로운 것인가?’ 방송통신위원회의 탄생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융합을 둘러싼 여러 정책현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바로 이와 같은 ‘자명한’ 질문에 공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방통융합은 결국 자유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태초에 구술언어가 있었고, 그림과 문자언어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다른 동물과는 궤를 달리하게 되었다. 활자의 발명은 이러한 인간의 소통능력에 공간적 제약을 없애주었고, TV와 전기통신의 발전은 시·공간적 잠재력을 극대화하였다. 그리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드디어 서로 다른 궤적으로 달려온 TV와 전화와 인터넷은 디지털이라는 방식에 의해 하나로 융합된다.

교과서적으로 수긍이 가는 설명이지만 체감되고 공감되지는 않는다. ‘왜 융합이 필요한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방통융합이 안되면 뭐가 불편하고 안 좋은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근대적 시간개념에 맞춰진 방송스케줄은 정확하다. 생리적 현상이나 잠시의 부주의로 인한 단 5분의 지각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특정 뉴스 하나를 보기 위해 9시 뉴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인기 드라마 두 편을 두고 애들하고 채널 싸움이라도 하다 보면, 우리가 이렇게 방송프로그램의 노예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첫째, 우리는 시간에서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인터넷이 생활에 스며들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친구들과 약속장소를 정하고 공지할 때도 인터넷 지도를 다운받아 주고 받는다. 틀림없이 참 편리한 기술이다. 요즘은 자동차 네비게이션 덕분에 더 편해지기도 하였지만, 불편한 점도 없이 않다. e-메일에 적힌 약속장소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뽑았다가 나중에 차량 네비게이션에 또 입력해야 한다. 만약 인터넷과 휴대폰과 네비게이션 사이에 위치정보가 교화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생각해 본다. MP3를 사용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MP3파일의 이동성에 목말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똑 같은 음악을 CD용, PC용, MP3용으로 구분하여 사용해야 하나. 둘째, 우리는 기기 또는 장소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셋째, 어떤 콘텐츠를 볼 것인가(what)라는 문제에 관한 자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의 정해진 편성권내의 제한적인 선택에서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찾아서 보는 검색(search)중심으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짧고 한정된 사전정보와 선택의 범위에서 벗어나 추천, 평판(rating) 등을 통해 보다 나의 수요에 적합한 콘텐츠를 찾아서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나의 필요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찾아낼 수 있는 검색가능성(findability)과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메타데이터의 축적이다.

넷째,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how)의 선택으로 기존의 제한된 방식, 즉 하나의 콘텐츠는 하나의 플랫폼에 수직적으로 통합되던 방식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수평적 분화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동일한 콘텐츠라도 이용자의 필요와 선호에 따라 원하는 플랫폼과 디바이스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접근·소비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다섯째, 미디어 활용의 목적으로(why) 대중미디어의 경우 기존에는 주로 수동적 시청과 소비에 머물렀었던 데에 비해, 융합 환경에서는 소비는 물론 생산과정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아를 표출하고 즐거움을 찾는 것이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TV나 영화의 팬덤현상이나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제시가 그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체(with whom)와 관련된 선택권으로 융합이전에는 주로 물리적인 여건에 의존하던 미디어 소비의 주체적 상황이, 융합상황에서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집단적 소비상품인 영화도 개별적으로 소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적 소비상품인 통신도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여건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렇듯 이용자의 요구는 융합의 성패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융합은 철저히 이용자의 행태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융합의 관점’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이용자 수요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방통융합에 대한 다양한 정책현안에 대한 접근도 이용자 관점에서 던져진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방통융합이 이용자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인가?’ 다양한 기능을 겸비한 통합단말기의 출현도 방안이 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다 다양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나들며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든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과 정보검색, 오락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 즉 ‘끊김 없는 크로스 플랫폼 경험(seamless multiplatform experience)’을 제공하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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