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처한 美우정청(USPS)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 지 3개월여가 지났다. USPS는 이미 1억 4천만 달러 규모의 우체국 자산을 매각했으며, 향후 250여개에 달하는 우편처리 시설과 3,700여개 우체국을 추가적으로 매각하고 12만 명에 달하는 인력도 감원할 계획이다.
USPS는 지난 5년간 적자가 지속되었는데, 특히 지난 회계연도에만 90억 달러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전례 없는 최악의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구조조정이라는 아픔을 감수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다 완료된 이후에도 또 다른 추가적인 조치 없이는 미국 내 우편사업의 지속적 유지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미국 정부나 USPS가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견해이다.
이에 USPS는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하여 토요일에 우편배달을 하지 않고 주당 5일만 우편물을 배달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퇴직자 건강보험료 지급 체계를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또한 사업운영 방식을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감독체계에 대한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은 여러 가지 추가적인 고려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그 시행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 정부도 직접적인 개입에 나섰다. USPS가 계획하는 일련의 구조조정이 노조 및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사태 해결에 난항을 겪자 美 정부는 미국 자동차 산업 회생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론 블룸(Ron Bloom) 백악관 제조업 관련 정책담당 고문을 USPS 회생을 위한 특급 소방수로 투입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에 위기가 닥쳤던 때와 비교해 USPS 사태의 심각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의 본격적인 개입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USPS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고수해온 우편서비스 제공 방식의 변화, 그리고 특정 지역에 대한 우체국 창구 폐쇄 등의 조치는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며, 더욱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여파가 더해져 이해관계자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견실한 성장을 거듭하며 우편사업 운영의 중요한 참고대상 중 하나가 되어왔던 USPS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깝고도 충격적인 일이라 하겠다. 우편 물량 감소로 인해 수입이 줄어드는데다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USPS가 전례 없는 재정난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왔지만 USPS의 과거 전력에 비추어 볼 때 내부적인 전략 마련을 통해 슬기롭게 이 위기를 극복해 내리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USPS는 사태 해결을 위해 우정사업의 핵심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우체국 창구의 폐쇄와 인력을 대단위로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이는 스스로 수족을 잘라내야 하는 아픔에 비할만하다.
이번 USPS의 사태는 우정사업의 사회적 의미를 되새기고 시대적 변화에 따라 우정사업에 분명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경각시키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 우정사업의 경우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경영난을 겪은 바 없고 현재의 실적이나 지표들에 비추어 볼 때, 향후 이러한 어려움을 겪게 되리라는 예상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한다는 입장에서 USPS 사례에서 드러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과거와 같이 우편 물량 증가에 힘입어 우정사업의 성장이 자연스럽게 담보되는 시대가 지나감에 따라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전통적 우편서비스의 쇄락에 비추어 볼 때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분명 무언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앞서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던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의 국가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사례들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를 통해 장기적 안목에서 사업 다각화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것과 더불어 내부적인 효율화도 중요하다. 과거 공적 기능의 달성을 위해 전국적으로 배치한 이후 현재까지 운영해 오고 있는 우체국은 우정사업의 핵심 자산이기도 하지만 막대한 비용 유발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우체국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정사업이 수익을 우선으로 하기 보다는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체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우체국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운용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능하다면 이러한 공익적 역할이 지속적으로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그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이러한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수단을 개발하는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