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DI 정보통신정책연구원

KISDI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검색 검색 메뉴

전문가 칼럼

No Image

빅데이터 시대의 데이터 다이어트

  • 작성자정용찬  연구위원
  • 소속ICT통계센터
  • 등록일 2013.02.12

새해 결심을 실천하려는 이들에겐 설 명절이 반갑다. 연초에 세운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면 각오를 다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새해 결심 중에는 금연이 으뜸이다. 우리나라 흡연률이 OECD 회원국 중에 2위이고 폐암이 암 사망률 1위에 올랐다는 보도를 듣다 보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위 사람에게도 이보다 더 좋은 새해 결심은 없을 것이다. 여자들의 관심은 단연 다이어트다. 남녀를 막론하고 건강한 삶이 우리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비만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처럼 데이터 과잉 또한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필요한 정보를 어디에서 찾을지를 몰라 고생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 골치다. 음악과 책, 신문과 잡지는 물론 게임에 영상까지 온갖 콘텐츠를 인터넷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에 손이 자꾸 가듯 우리의 정보 식성도 인스턴트를 지향하고 있다. 광고에 수익을 의지하고 있는 검색업체의 전략도 이런 행태에 한 몫 한다. 어떤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된 링크에 나도 모르게 손이 따라가게 된다. 게다가 검색 페이지 곳곳에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기사와 광고가 우리를 끊임없이 유혹한다. 이렇게 연결된 다양한 페이지를 검색하다 보면 애초에 내가 뭘 찾으려 했는지를 종종 잊어버리기도 한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연결시키는 하이퍼링크(hyperlink)가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우리를 정보 비만으로 이끌고 있다.

메신저도 마찬가지다. 오직 속도만이 생명이다. 대답을 위해 잠시라도 생각할라치면 문자를 씹느냐며 항의하기 일쑤다. 그러다보면 필요하지도 않은 문자를 시도 때도 없이 수시로 날려야 한다. 마치 값싼 고기 생산을 위해 고안된 ‘공장식 축산’이 비만과 무관하지 않듯이 무료 서비스의 확산은 필요하지도 않은 데이터를 끊임없이 만들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용자가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고 클릭수가 많을수록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운영자 쪽에서는 바람직할지는 몰라도 정보를 활용하고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필요 없는 정보로 가득 찬 거대한 데이터가 생성되는 상황이 반가울 리만은 없다.

이러한 우리의 행태는 빠른 시간 안에 파편화된 지식을 쓸어 담기에는 효율적일지 몰라도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통찰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게다가 특정 검색업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환경은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과연 모든 정보를 망라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전자책으로 구입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킨들 단말기에서 자신도 모르게 원격으로 삭제되는 소설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세상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정보의 바다 속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어쩌면 포털업체가 제공해준 전자거미줄 위에서만 움직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인터넷에서 나의 행동 정보에 바탕을 둔 추천 알고리즘도 내가 관심을 가질만하고 좋아할만한 것만 보여준다는 점에서 편리한 기능이다. 하지만 이런 검색의 지능화는 다른 시각에서 보면 나와 관련되고 내가 원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만 보여주는 일종의 정보 편식을 유도한다.

어마어마한 문자와 영상 정보가 세상을 뒤덮는 ‘빅데이터(BIg Data)’ 시대에는 거대 데이터 생산자인 정부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많이 생산할 것인가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통계청이 많은 예산을 들여 5년에 한 번씩 조사하던 인구주택총조사를 행정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본부는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한다. 비만은 개인의 생활 습관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빅데이터가 단지 뚱뚱하기만 한 거대한 데이터가 아니라 효과적인 자원으로 활용되려면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도 데이터의 생산과 소비 전 과정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산더미처럼 쌓인 데이터가 석탄이나 석유처럼 21세기를 열어 갈 새로운 자원이 되려면 이러한 자원이 유통되는 데이터 생태계를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모습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빅데이터를 향한 긴 여정도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한유경
  • 연락처043-531-4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