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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생태계는 무엇으로 사는가

  • 작성자공영일  부연구위원
  • 소속창조경제연구실
  • 등록일 2014.01.2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대문호 톨스토이는 인간 삶의 조건에 대한 이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질문과 동일한 제목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자신의 답을 제시하였다. 사람마다 각자의 답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가 소설을 통해 암묵적으로 제시한 답은 '사랑'이었다. 이 질문과 맥락은 좀 다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선진경제로 도약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현재의 상황에서 제기될 수 있는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벤처 생태계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될 것이다.

벤처 생태계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은, 창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벤처 생태계의 조성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풀이될 수 있다. 개별 기업의 관점에서는 자금과 인력, 그리고 마케팅, 전략, R&D 등 주요 부문의 역량을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국가적인 관점에서는 창업에 대한 인식과 창업 인프라, 문화, 사업관행, 산업구조, 법제도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벤처 생태계는 이처럼 다차원의 많은 요인들에 영향을 받으며, 여기에 이 요인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벤처 생태계를 일정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가 더욱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요인들이 똑같은 비중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벤처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들 요인간의 경중(輕重)을 면밀하게 살펴 중요한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는 접근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요인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핵심적인 과제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태계'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주체들 간의 '관계'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요인들 중에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 간의 관계를 핵심적 사안으로 상정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 간의 관계에서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지속될 경우, 강건한 벤처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들이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벤처 생태계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는 불공정 거래와 불공정 경쟁 행위는 강력한 응징을 받는다. 민사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형사적으로는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강력한 법집행으로 미국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와 불공정 경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전력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법제도는 미국보다는 덜하지만 상당히 엄격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체결 등 기업들 간의 자발적인 협력관계 형성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벤처 생태계는 아직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신생기업의 2년 생존율은 48.4%, 5년 생존율은 29.6%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기업 생태계가 신생 기업이 생존하고 안정된 사업기반을 갖추는 것이 어려운 척박한 환경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중소·벤처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를 제시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맥락을 함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창업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으로 최근 창업동아리와 벤처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벤처 생태계의 새로운 새싹들이 각 분야에서 돋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이 새싹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정비하는 데도 보다 많은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 간의 행복한 관계는 사랑을 근본으로 한다면, 기업들 간의 상생적 관계는 공정한 거래와 공정한 경쟁을 근본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1월 21일(화)자 22면 [디지털산책]에 게재된 글입니다. (☞ 해당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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