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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 작성자진홍윤  연구원
  • 소속창조경제연구실
  • 등록일 2014.01.20

인터넷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웹을 통해 방대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어 단시간 내에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하나로 이어진 거대한 연결망 가운데 개개인은 하나의 노드가 되어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사람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한 지식의 공유를 넘어 위키피디아, 크라우드 소싱 등 대중의 아이디어를 한데 모으는 플랫폼을 통해 익명의 개별 주체들 간의 협업 또한 가능해졌다. 또한 구글 어스(Google Earth)로 인터넷 상에서 세계 여행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렇듯 인간의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인터넷에 대해, 누군가 ‘인터넷이 당신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존 브룩만의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라는 책은 위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미국의 엣지 재단(Edge  Foundation)에서는 매년 ‘올해의 질문(annual question)’을 던지고 세계적인 석학들의 답변을 하나로 모아 통합하는 지식 프로젝트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책은 2010년의 질문이었던 ‘인터넷이 당신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How is the internet changing the way you think?)’에 대한 150명의 답변을 담은 책이다. 이들은 모두 각각의 논리로 다른 답변을 했지만 크게 분류하자면, 1) 인간의 사고체계는 측정할 수 없어 증명할 수 없다거나 아직은 단언하기 시기상조라는 의견, 2) 인터넷이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만큼 우리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견, 3) 인터넷이 정보처리 방식에 영향을 주고는 있지만 정보 수집 행위가 사고 자체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며,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은 사람·장소·경험과 같은 것들이기 때문에 인터넷이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문제는 인터넷 환경에서 주의력이 결핍되기 쉬우며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인터넷 이용행태를 돌이켜본다면, 인터넷 의존성과 주의력 감소의 문제에서 나 또한 예외일 수 없는 것 같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먼저 깊이 고민해보기보다는 인터넷 검색 기능을 이용하여 빠른 해답을 찾고자 하는 성향을 보이며, 인터넷에 접속함과 동시에 등장하는 수많은 링크의 급류에 휩쓸려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시간을 허비할 때도 많다. 정보를 신중히 분별하기보다는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는 일단 즐겨찾기에 추가하거나 모바일에서는 스크린 샷 기능을 이용하여 정보를 담지만, 이렇게 수많은 링크만 즐겨찾기에 가득 넣다 보니 정보가 정리되지 못하고 뒤죽박죽 엉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흡수해버리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며, 수십 분짜리 영상의 전체본보다는 짤막하게 분절된 영상을 통해 중요한 부분만 감상하는 것을 더 편리하고 흥미롭게 느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많은 양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취합할 수는 있겠지만 사색하는 기회를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가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바다 가운데서 길을 잃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갈 수 있는 집중력과 올바른 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이 중요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책에서 존 클라인버그 교수가 이제는 컴퓨터 기술 활용능력을 가르치는 ‘컴퓨터 소양(computer literacy)’을 넘어, 넘쳐나는 정보를 어떻게 선별하여 소비할 것이며 인터넷에서 취하는 행동이 어떠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지에 대해 인지하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소양(information literacy)’ 교육을 어린 세대부터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내용이 와 닿는 이유이다.

미국의 극작가인 리차드 포어맨은 인터넷을 통해 방대한 정보를 접하지만 지식의 깊이가 없는 사람을 “팬케이크형 인간(pancake people)”이라 칭했다. 인터넷을 이용하며 무의식중에 팬케이크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참고문헌:
존 브룩만 엮음,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책읽는수요일
http://www.huffingtonpost.com/marshall-p-duke/pancake-people-rise-up_b_7955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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