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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의 망 중립성 판결

  • 작성자김창완  연구위원
  • 소속통신전파연구실
  • 등록일 2014.02.10

최근 미국 법원은 망 중립성 정책(Open Internet Rules)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망 중립성 정책의 핵심은 트래픽 관리 정보의 투명성, 중립적 트래픽관리 의무(차단금지 및 불합리한 차별금지)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미국 법원은 중립적 트래픽관리 의무 조항이 ISP의 사업자 지위에 적절한 규제임을 FCC가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결은 망 중립성 개념 자체에 대한 판단은 아니며, 정책이 현행 체계에 부합하는 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었다. 미국이 망 중립성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온 국가인 것과 인터넷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FCC 및 통신사업자의 대응 등 판결의 여파는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사항이다.

차별금지는 역사적으로도 미국 통신규제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개시 초기에는 별 다른 규제가 없으나, 시장집중 등 우려사항이 발생하여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차별금지라는 개념이 다양한 강도로 구현되어 왔다. 이 개념은 유사한 음성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간의 관계뿐 아니라 장비제조 등 관련 사업분야와의 관계설정에서도 적용되어 왔다.

19세기 말 미국 통신시장은 많은 시내전화회사들이 등장하는 경쟁체제가 시작되었으나, AT&T의 합병전략으로 시장은 집중화되었고 동시에 경쟁사와의 전화접속 거부도 발생하였다. 시장집중화를 우려하는 법무부와의 합의(Kingsbury Commitment)로 미국 통신시장은 소위 규제독점시기에 들어갔는데, 합의 내용 중 하나는 AT&T가 타사와도 전화접속을 허용하여 차별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후에도 타 회사와의 장거리 네트워크 접속 그리고 통신장비에 대한 배타적 거래 이슈는 지속되었으며, 결국 1980년대 AT&T분할이라는 강경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네트워크사업자의 영향력이 데이터처리서비스(data processing)분야에 미치는 것에 대한 우려, 즉 망 중립성 이슈에 대한 규제기관의 입장은 1970년대부터 진행되어 온 3차례의 컴퓨터조사(Computer Inquiry)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컴퓨터조사는 신생분야인 데이터처리서비스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규제를 제안하였으며, 네트워크부문과 데이터처리부문 분리정책의 강도는 시기적으로 차이는 있으나, 네트워크사업자가 데이터사업자에게 차별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개념은 유지되어 왔다. 이후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망 중립성 이슈도 오래 논란 끝에 ‘차별없는 서비스제공’의 개념을 네트워크에서 전송되는 트래픽에 적용하여, 차단금지 및 불합리한 차별금지라는 조항을 중심으로 하는 입법화가 이루어 졌으나 최근 법원에 의해 무효화된 것이다.

미국의 망 중립성정책은 산업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부가 차별금지라는 통신정책 개념을 통신사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ISP에게 적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구체적인 정책수단이 체계상 ISP에게 부여할 수 없는 규제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FCC는 판결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상태이며, ISP들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편익을 증진하는 취지에서 망 중립성 개념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FCC의 선택지는 대법원에 상고를 하거나, ISP의 사업자 지위를 수정하는 것, 망 중립성 정책의 변경으로 요약될 수 있다. FCC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간의 정책기조를 변경하여 ISP를 통신사업자로 분류하는 것의 부담을 고려하면 현행 정책의 내용을 수정하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FCC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수정하지 않는 이상, 개정방향은 역시 차별금지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나 구체적인 실현과정에서 FCC가 어떤 해결방안을 제시할 지는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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