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소치 동계올림픽이 이제 막 막을 내렸다.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까지 빙상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상이 짜릿했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러시아에서 열리다보니 시차 관계로 대부분의 경기가 직장인의 퇴근시간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보면 우리나라 선수의 선전이 기대되는 경기시간에는 여지없이 손안의 TV를 향해 고개숙인, 마치 단체로 묵념하는 듯한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N스크린 사업자들은 소치올림픽을 서로 자사 서비스를 통해 공짜로 즐기라며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N스크린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가용한 단말기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 AT&T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 이용이 확대되면서 시장성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아직까지 서비스 확산 및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사업자들은 N스크린 서비스에 대해 자체 수익보다는 데이터 사용량을 늘려 가입자당 평균 매출을 확대하거나, 가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부가적인 서비스로 N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번 동계올림픽을 비롯하여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경기 등 실시간으로 승부의 짜릿함을 만끽해야 하는 스포츠 경기는 N스크린 서비스의 경험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미디어패널조사의 최근 3년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N스크린 서비스 이용률은 2011년 전체 응답자의 15.9%, 2012년 18.5%, 2013년에는 18.4%로 서비스 이용이 크게 확산되지 않고 답보상태에 있다. 또한 영상콘텐츠보다는 음원콘텐츠 이용 시 N스크린 서비스 활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 방송통신사업자들의 N스크린 서비스 사업이 순조로워 보이지 않는다. N스크린 서비스 이용 시 주로 사용하는 기기를 들여다보면 PC 이용률은 감소하고 스마트기기, 즉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이용률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N스크린 서비스 이용자 10명 중 9명은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스마트폰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한다.
사업자들에 의하면 N스크린 서비스 유료가입자수가 2013년 말 기준 400만명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료가입자는 결합상품을 통해 N스크린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어 실제 유료 이용자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티빙(Tving), 푹(Pooq) 등 N스크린 서비스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용자가 직접 다운로드한 파일을 여러 기기에서 재생하여 영상콘텐츠를 즐기는 경우가 아직은 더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N스크린 서비스는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기기에서 향유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여러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여 콘텐츠를 폭넓게 즐기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TV로 김연아의 마지막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라이브로 보면서,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김연아의 그간의 프리 성적을 검색하거나, 김연아의 프리 경기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SNS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는 일상이 놀랍지 않다. N스크린 서비스가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진화되어 가면서 또 다른 방송통신서비스 시장의 활력소로 기능할지 궁금하다.
2014년 올해는 스포츠가 풍년인 해가 될 전망이다. 2월에 소치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6월에 브라질월드컵, 9월에는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해에는 방송통신서비스산업 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을 비롯한 ICT 산업 전반에도 호황기가 전망되곤 한다. 과연 올해 풍성한 스포츠 행사가 N스크린 서비스 시장 확대 혹은 진화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될지 지켜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