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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주인은 누구? 인터넷의 주인은 누구?

  • 작성자김승민  위촉전문원
  • 소속방송통신통상센터
  • 등록일 2014.02.17

2014년 2월, 러시아의 소치는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이 뜨겁게 집중되고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결승 경기에서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이상화 선수가 인코스를 달리는 상대편 선수보다 앞서나오며 올림픽 신기록으로 2연패를 달성하는 장면을 보니 마음이 다 시원하다. 또 다른 올림픽 2연패의 기대주 피겨의 여왕 김연아 선수와 러시아의 샛별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선수간의 숨 막히는 대결도 이번 소치 올림픽의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손꼽힌다.

물론 올림픽의 가치는 운동경기의 재미와 여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베일에 싸여있던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들이 입장할 때 소개되는 경이로운 인생지사를 통해 휴머니즘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또한 4년마다 새로운 나라와 도시를 순회는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통해서는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풍물을 체험하는 이국적인 경험을 뛰어 넘어 지구촌의 상호단결과 이해라는 글로벌 공동선(Global public good)이 공고히 된다. 이러한 연유에서인지 우리는 올림픽에 대해 특정 국가 또는 단체의 강력한 지배력과 로비가 행사되는 느낌을 받으면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게 되고 때에 따라서는 분노에 휩싸이기도 한다. 설사 올림픽의 역사적 기원국이자 올림피아 성화장을 지리적·사실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그리스라고 할지라도 올림픽에 대한 독자적인 영향력의 행사를 정당화 할 수는 없다.  

인터넷의 소유와 통제에 관한 이슈도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날의 인터넷은 서로 다른 컴퓨터 네트워크 간의 통신이 전 세계적 범위로 확장된 것이다. 이러한 인터넷 통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으로는 표준화된 규범이, 하드웨어적으로는 물리적인 네트워크 망의 연결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인터넷 프로토콜의 발명과 함께 초창기 인터넷 백본 시스템으로 사용된 미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의 알파넷(ARPANET)에서부터 최근의 대형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역사에서 미국이 드러내고 있는 존재감은 올림픽 역사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독보적인 지위와 유사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그동안의 인터넷에 대한 정책적 논의는 1998년에 창설된 미국의 비영리민간법인 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을 통해서 주도되어 왔다. ICANN은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 도메인이름등록원부관리기관(Registry) 및 도메인이름판매회사(Registra)와 계약을 맺으며 인터넷주소자원의 관리와 운용에 대해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물론 ICANN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당사자의 토론과 총의를 원칙으로 하는 ‘다수당사자주의’(Multi-stakeholderism) 의사결정방식으로 유명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여전히 미국의 행정부, 전문가, 기업 등의 영향력 하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 밖에도 최근에는 기구 내부의 하향식 지시와 연줄선호, 비밀주의가 자행되고 있다는 비난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중국, 브라질을 선두로하는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개도국들은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던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를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같은 정부 간 포럼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주장의 연속선상에서 ‘UN 세계정보사회정상회의’(WSIS)를 시발점으로 2006년부터 매년 ‘인터넷거버넌스포럼’(IGF)을 개최해 오고 있다. 

위와 같은 인터넷 거버넌스를 둘러싼 동태적 현상에 대해서 혹자는 ICANN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민주적인’ 민간·다수당사자 접근방식과 중국 및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의 검열과 통제를 추구하는 ‘비민주적·후진적’ 정부주도 접근방식 간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는 측은 우리나라가 ITU 중심의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에 찬성하는 것을 인터넷 감시·독재 국가들과 동일선상에 위치하는 후진적 정책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이러한 이분법적인 시선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원활한 인터넷 접속이 인권으로 인식되기에 이른 오늘날에도 인터넷 접속의 기본이 되는 주소자원의 관리와 운용을 미국이라는 일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 민간단체에게 일임하는 것이 바람직 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와 고찰을 단순히 인터넷 통제를 위한 비민주적 정부의 야욕으로만 폄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지난 2012년 하반기를 달군 미 국가안보국의(NSA)의 글로벌 감시·감청 스캔들은 미국 중심의 인터넷 거버넌스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더하여 ‘콘텐츠 규제와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사이버 안보’, ‘사이버 상의 아동보호’ 등과 같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새로운 인터넷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다자적 포럼의 필요성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대 올림픽의 시원은 그리스에 있다. 하지만 현대의 글로벌 올림픽은 1894년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세계 올림픽 대전에 대한 구상을 시발점으로 세계 각국의 선수, 정부, 국제기구 및 민관학연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 그리고 올림픽에 관심을 갖고 관련된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이용하는 전 세계인의 참여를 통해서 발전해 온 것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인터넷의 시원은 미국에 있으나 현대의 글로벌 인터넷,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의 구축은 글로벌 네트워크인프라 구축과 이의 연결을 위한 세계 각국의 전문가, 정부, 국제기구, 민관학연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 그리고 인터넷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전 세계 네티즌의 참여를 통하여 현실화 된 것이다.

글로벌 올림픽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글로벌 인터넷의 주인은 누가 되어야 하는가?

사실적 통제, 정치·경제·지정학적 지위, 역사적 기원 등이 언제나 글로벌 거버넌스 독점의 정당화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가 글로벌 공공선(global public goods)의 견지에서 국제공동체의 광범위한 참여와 국가주권의 적절한 제한의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2014년 10월, 우리나라의 부산은 ITU 전권회의를 통해서 인터넷 거버넌스 이슈를 논의할 계획에 있어 전 세계 네티즌의 이목이 뜨겁게 집중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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