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대화]에 대한 묵념,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묵념, 잃어버린 [열정]에 대한 묵념, 잃어버린 [관심]에 대한 묵념’, ‘스마트폰으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묵념’
최근 나의 눈길을 끄는 공익광고가 있다.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실태를 보여주는 광고로, 누군가를 만나서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작 자신의 앞에 실존하는 사람들과의 교류에는 신경 쓰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 공익광고가 특히 우리로 하여금 많은 공감을 자아내는 이유는 이러한 현상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삼성 갤럭시, LG 옵티머스, SKY 베가, 구글 넥서스원 등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졌으며,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 73%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스마트보급률은 세계 2위를 차지한다.

과연 IT강국다운 엄청난 보급률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사람들은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찾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손쉽게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터넷을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인터넷 중독을 넘어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실시한 ‘2013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의하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이 스마트폰 이용자의 11.8%를 보였으며, 이 중 고위험군은 1.3%이지만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 또는 ‘습관적 과다사용’ 등의 특성을 나타내는 잠재적 위험군은 10.5%로 전년 대비 9.2%나 증가하였다.

스마트폰의 대중적인 이용 및 중독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SNS와 폰 게임이 아닌가 싶다. 최근 지하철이나 버스 안은 스마트폰으로 SNS를 하거나 폰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묵념자세로 스마트폰 세상에 빠져있다. 심지어 걸어 다니면서도 스마트폰을 쳐다보느라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사람과 부딪힐 위기(?)에 직면하는 사람들도 빈번치 않게 볼 수 있다. 필자 또한 이러한 스마트 세상에 빠져 여러 번 위기를 경험한 사람으로, 위기가 올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스마트폰의 중독성에 대해 몸소 느끼고 있다. 한때 엄청난 유행을 일으켰던 ‘애니팡’을 밤새도록 하느라 평소 연락이 뜸하던 친구부터 택배아저씨까지 하트구걸을 했던 기억은 비단 나 혼자만의 추억거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나는 한 식당에서 옆 테이블에 4명의 친구가 함께 밥을 먹으러 들어왔는데, 식사가 나올 때까지 4명 모두가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을 하면서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장면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한 적이 있다. 그들 중 한명은 심지어 밥을 먹으면서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눈과 손은 스마트폰을 떠날 줄 몰랐으며, 결국 식당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스마트 세상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했다. 이러한 스마트폰 중독은 인터넷상의 소셜 친구들과 나를 가깝게 만들어 줄지는 몰라도, 실제 세상에서의 진짜 친구들과 나를 가깝게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미국에서 시작되어 해외 국가들에서 유행하고 있는 폰 쌓기(Phone Stack) 게임은 친구들과 만나서 저녁식사를 할 때 모든 이들의 폰을 가운데에 모아 뒤집어서 쌓아올리는 게임이다. 단순히 폰을 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참지 못하고 폰을 만지는 사람이 저녁밥값을 책임져야 하는 게임이다. 단순하지만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나마 스마트폰을 벗어나 진짜 사람과의 진짜 관계를 맺으라는 취지의 게임이며, 국내 도입이 시급한 게임이 아닐 수 없다.
스마트 세상을 향한 묵념은 이쯤 해두고, 진짜 인간관계에 양념을 뿌려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