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지역이라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는데 누가 나를 자동차로 데리러 오면 좋으련만.’ ‘이번 해외 출장에서는 재미없는 호텔에 머무는 대신 가족 같은 홈스테이를 할 수 없을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실제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까운 기사와 연결되고 원하는 장소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이러한 픽업 서비스뿐 아니라 상위 1% 고객에게 제트기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우버’ 는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에어비앤비’ 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의 숙박공유 서비스 제공으로 지난해 2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수요자와 이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서로 연결되는 장(플랫폼)이 제공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쿼키’ 라는 웹플랫폼에 올라오면, 참신한 아이디어는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상품으로 연결돼 수익을 창출한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로 내가 원하는 제품의 설계도를 얻고, 3D프린터를 이용해 손쉽게 제조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인터넷을 통한 연결, 스마트폰이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ㆍ하드웨어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이다. ICT가 전 사회로 확산되면서 서비스업, 제조업 등 산업 방식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삶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다보스포럼에서 야후 CEO인 머리사 메이어가 언급한 것처럼 2014년은 ICT의 확산으로 세상이 바뀌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고 있는 듯하다.
세상 변화의 변곡점에서 지난 8일 정부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기본계획’ 을 발표했다. 향후 3년간의 ICT산업 진흥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이 기본계획에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기본계획은 ‘초연결 창조한국’ 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개인정보침해, 사이버폭력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초연결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초연결’ 은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활용돼야 하고, 새로운 성장의 동력이 돼야 한다. 초연결사회 구현의 핵심 인프라인 ICT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제는 ICT 부문의 성장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우리는 ICT를 전 사회에 확산해 ‘살기좋은’ 초연결 세상을 조성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모두가 우리나라를 ICT 강국이라 부러워하고 있지만, ICT의 효과적 활용 측면에서 우리가 자랑스럽게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스마트폰을 보유했음에도 이를 활용해 의료, 복지, 교육 등 국민이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혁신적 서비스 제공은 여러 가지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융합 신기술을 활용해 재난ㆍ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도 절실해졌다.
기본계획은 이 같은 여러 문제들을 인식해 해결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부처 간 칸막이, 규제 등 산적해 있는 장애물들을 극복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통신전략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략위원회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ICT 관련 정책들을 통합하고, 조정해 ICT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확산될 수 있도록 힘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기본계획이 단순한 물리적 연결을 넘어 우리 사회를 창조와 혁신이 샘솟는 무대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 본 칼럼은 매일경제 6월 3일(화)자 B07면에 게재된 글입니다. (☞ 해당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