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2013년 IT서비스·SW산업의 수출이 60%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 지표를 보고 드디어 국내 SW산업도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 같아서 매우 기뻤다. 전통적으로 국내 ICT산업은 하드웨어 위주의 산업 성장으로 해외 수출을 주도해 왔고, 반면 SW산업은 SW의 원천 기술과 고급 인력 부족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낮아 해외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동안의 IT서비스·SW산업의 해외 수출은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자정부를 포함한 공공 프로젝트가 그나마 성공 사례로 기록되었을 뿐 그 외 실적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의 급격한 수출 증가율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해외 수출 성장한 요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요인은 IT서비스 업체들이 국내 제도 변화에 대응하고 한정된 내수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2012년 5월에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에서는 중소 SW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국가기관 등이 발주하는 SW사업에 대해 사업금액에 관계없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IT서비스 기업의 참여를 제한했다. 이로 인해 국내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법적용이 시작된 2013년 1월 1일부터 IT서비스 3대 시장 중 하나인 공공 시장에 참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따라서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 창출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었고 그 대안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조직 개편과 다양한 기업 전략을 펼쳐 결과적으로 해외 수출이 크게 증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과의 일면에 숨겨진 또 다른 원인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제조 공장 설립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관세 문제와 저렴한 노동력 등으로 해외 제조 공장 설립을 확대하고 있으며, 관계사인 대형 IT서비스가 해외 법인을 통해 자회사 및 하청 공장의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등 다수의 IT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해외 법인을 확대하면서 2013년 국내 본사 수출보다 해외 법인 수출액이 2배 이상 증가해 해외 법인의 수출이 전체 SW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해외 법인 매출 중 신규 해외 프로젝트 수주 비중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일부 IT서비스 업체의 경우 관계사 매출이 30~50%를 차지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2012~2013년 글로벌 IT서비스 시장에서 국내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대체적으로 상승하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중 국내 IT서비스의 솔루션이나 서비스가 질적으로 우수해 타사와의 공정 경쟁을 통해 얻어진 실적이 아닌 것도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양적인 실적 확대에만 환호하며,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투자 확대 및 다양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전세계 ICT산업은 급변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의 확대로 전통적인 IT서비스업체뿐만 아니라 아마존, 구글 등 인터넷 기업들이 기업용 SW 및 IT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IT서비스·SW산업내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업체가 협력해 경쟁력 있는 국산 솔루션에 대한 투자 확대와 우수한 컨설팅 인력 및 현지 마케팅 인력 등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정부에서는 거점별 차별화된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글로벌 SW기업과의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며, 업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시장 중심적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국내 IT서비스·SW의 질적 향상을 위한 업계와 정부의 노력을 통해 해외 수출이 크게 확대되어 향후 글로벌 IT서비스·SW 100대 업체 중 우리나라 기업이 다수 포함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