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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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편지 대필이 직업이 된 세상에 살며

  • 작성자최중범  부연구위원
  • 소속우정경영연구소
  • 등록일 2014.08.04

 언제부턴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 다 보고 있는 모습과 마주하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몇몇이 모인 식사자리에서도 여지없이 한두 명쯤은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드는 경우가 보통이다. 모처럼 모여 밥 먹는데 서로 집중 좀 하자고 야단을 해도 그때뿐이다. 거리에서도 스마트폰에 눈길을 집중한 이들이 연출하는 아슬아슬한 순간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되는 게 요즈음이다. 아마도 그들은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이나 게임에 빠져 있을 것이다.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면서.

 SNS를 통한 소통은 스마트폰 말고는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어 손쉽고 상대의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전화처럼 주변을 방해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그런 만큼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우리의 소통에 절대적 역할을 하였지만 전화와 이메일의 등장으로 크게 위축된 우편의 수요가 최근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데도 SNS에 열광하는 세태가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이러한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 달 포탈에는 우편집배원을 제일 앞자리에 앉힌 ‘향후 몰락할 직업 열 가지’라는 기사가 올라 왔는데, 우편 관련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까?

 지난 봄 책상 서랍을 정리하면서 지금은 제대하고 복학한 아들 녀석이 훈련소에서 보내왔던 편지가 눈에 띠었다. 아마도 입대할 때 입고 갔던 옷을 부치면서 함께 넣어 온 편지였던 것 같다. 입대 전 말도 잘 안 섞던 녀석이니 훈련소에서 시켜서 썼겠지만, 그리고 세월도 상당히 흘렀지만 다시 읽으니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언제 이렇게 컸나. 내용도 내용이지만 바삐 적어나간 녀석의 필체는 군기가 바짝 든 스물한 살 훈련병의 모습을 떠 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지만 그 편지를 읽고 또 읽던 아내의 상기된 얼굴도 그렇고. 묵은 편지라서 그랬을 것이다. 

 이런 손 편지가 빠른 소통만큼이나 빠르게 휘발해 버릴 것 같은 SNS에 밀리다니. 이런 생각 때문인지 기사를 읽은 뒷맛이 더 개운치 않았다.

 그러면서 두어 달 전쯤 본 영화 ‘그녀(Her)’가 생각났다. ‘그녀’는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미래로 짐작되는 세상에서 관계로부터 소외된 고독한 남자와 인간과의 소통을 통해 스스로 성숙해가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간의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제법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준 영화였지만,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손 편지 대필 작가’인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다. ‘야! 아무리 미래라지만 손 편지 대필이 돈 벌이가 되?’ 이런 의구심은 정보 검색으로 단숨에 해소되었다. 우리 주변에서 손 편지 대필이 이미 몇몇 사람의 생업이었기 때문이다.

 손 편지 대필업자 홈페이지에는 “편지 주고받을 두 사람 사이의 상황을 상세히 알려주면 편지 쓰는데 도움이 된다.”는 친절한 안내와 함께 대필 작가 소개, 대필을 위한 절차, 그리고 편지 형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는 5만원 내외의 대필 요금표가 민망할 정도로 당당하게 제시되어 있었다. 변한 세태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손 편지 대필이 돈벌이가 되고 있음은 현실이었다. 

‘손 편지를 대필하는 일이 돈벌이가 되는 세상인데, 우편집배원이 정말 몰락할 직업 제일 앞자리일까? 한 통에 5만 원이나 드는 손 편지 대필이 밥벌이가 되는 것은 우리 마음 한 구석에 손 편지가 전하는 감동에 대한 공감이 여전함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 끝에 계산이 엉뚱한 데 다다랐다. ‘손 편지 한 통 대필에 5만 원이라 했으니, 내가 직접 쓰면 5만 원 버는 일이네! 짭짤한데!’ 그러나 어디 이뿐인가? 손 편지 주고받을 때의 그 괜찮은 기분은 어떻고.
휴가철이다. 휴가지에서 벌어진 다채로운 사건을 소중한 사람에게 엽서에라도 몇 줄 적어 보내보면 어떨까? 휴가로 바쁘다면(?) 휴가에서 돌아와, 아니면 여름이 한 발 물러선 가을바람 속에 관계는 소중하나 얼굴 본 지가 오랜 이에게 지금의 나를 한 번 적어 보내면 어떨까? 모르긴 해도 삶이 한결 풍요롭고 멋져질 것만 같다. 

 끝으로 한 가지! 8월 7일 목요일부터 12일 화요일까지 서울코엑스에서는 편지 쓸 때 꼭 필요한 우표를 전시하는 행사, ‘PHILAKOREA 2014 세계우표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00여 개 나라 20여만 장의 우표를 통해 세계 각 국의 문화와 역사를 한 눈에 엿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우표전시뿐만 아니라 뮤지컬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하니 기간 중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는다면 제법 괜찮은 휴가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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